[과학세상/백진호]최강 쇼트트랙 비결은 과학

  • 입력 2006년 3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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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쇼트트랙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이번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부문 8개 금메달 중 6개를 차지하면서 이를 여지없이 입증해 보였다. 그런데 한국이 유독 쇼트트랙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쇼트트랙은 동양인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확하게는 키가 165∼175cm인 선수들에게 적합한 종목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비해 곡선운동이 많은 쇼트트랙은 원심력과의 싸움이다. 키가 너무 크면 원심력 때문에 코너에서 튕겨 나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키가 너무 작으면 속도를 내는 데 불리하다. 안현수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의 키는 거의 모두 이 범위에 들어 있다. 코너를 돌 때 몸을 낮추고 손을 짚는 것도 원심력을 이겨 내기 위한 것.

원심력을 이겨 내며 달려야 하는 곡선 코스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총길이 111.12m의 트랙 중 곡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48%(53.41m)이지만 선수들이 움직이는 궤적을 분석해 보면 80∼90%가 곡선운동이다. 코너를 진입하기 전과 빠져나온 뒤에도 곡선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쇼트트랙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에게 절대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스케이트의 날이다. 스케이트의 양쪽 날을 원운동하기 좋도록 일정한 곡률 반경으로 휘어 두는데 이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코치와 선수들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선수의 특성에 맞는 스케이트 날의 곡률 반경을 찾아내는 것이다. 날을 어떤 비율로 구부리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선수의 왼쪽과 오른쪽 스케이트 날의 휘어진 정도도 서로 다르다.

외국 선수들도 스케이트 날을 휘어서 타긴 하지만 우리 기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외국 선수단이 합동 훈련 제의를 많이 해 오지만 우리 선수단은 이 기술이 노출될까 봐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

스케이트화에도 기술이 숨어 있다. 스케이트화는 석고로 선수들 발의 본을 뜬 다음 만든다. 선수들의 발에 스케이트화를 밀착시켜 힘 전달이 정확하게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힘 전달에 중요한 뒤꿈치 부분은 딱딱한 카본 소재를 6겹이나 덧대어 만든다. 발과 신발 사이를 밀착시킴으로써 스케이트에 힘을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고 정교한 제어도 가능하게 된다.

공기 저항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선수들은 선두에 나서는 것도 조심하는데 혼자 공기 저항을 많이 받으면 체력이 소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수들은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경기복을 입는다. 온몸을 감싸는 이 경기복에는 미세한 홈이 있는데 이 홈이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한다. 골프공 표면에 작은 홈을 촘촘하게 만들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원리다.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기 때문에 매년 경기복의 무게가 줄어드는 추세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한국 선수들이 입었던 경기복의 무게는 340g이었는데 이번 동계올림픽 때 입었던 것은 170g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좋은 기록을 위해서는 온도도 중요하다. 발에 힘을 주면 스케이트 날과 빙판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 열이 발생하고 이때 생긴 물기가 윤활유 역할을 해 미끄럽게 해 준다. 이 때문에 빙판 표면에는 약간의 습기가 있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국제 스케이트경기장의 실내 온도는 섭씨 영상 18도, 빙판 표면은 영하 11도로 유지된다. 이런 온도 조합이 최상의 빙판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찰나와도 같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과학 원리를 활용하지만 금메달 획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된 훈련을 이겨 내며 쌓은 선수들의 기량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백진호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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