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전영범]한국이름 별들 밤하늘에 가득하길

  • 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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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이라는 표현이 즐겨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 도심에서 무수히 많은 별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기오염’이라는 말이 생소했던 어린 시절 야외로 나가면 밤하늘 어디에서나 쉽게 바라볼 수 있었던 은하수나 초롱초롱 반짝이던 별들의 모습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됐다. 무수히 많은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2000년 11월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으로 관측한 영상들의 컬러 합성 과정에서 우연히 움직이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한 번의 관측 결과로는 발견한 별에 임시번호를 받을 수 없기에 즉시 추가 관측을 실시했다. 새 별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처음 발견한 소행성 주변에 또 다른 소행성들이 보였다. 이들 소행성은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달라 각각을 추적 관측하다 보니 관측 영역이 점점 넓어졌다. 흩어진 영역에서 소행성이 계속 발견됐다. 두 달가량 정신없이 관측을 한 끝에 국제천문연맹의 소행성센터에서 25개의 새로운 소행성에 대한 임시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소행성에 정식 이름을 붙이려면 임시번호를 받은 뒤 2∼5년 동안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소행성의 운행 궤도를 완전히 확정 지어 고유번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그 시점부터 발견자가 이름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천체에 대해 발견자가 임의로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소행성이 유일하다. 혜성의 경우는 발견자 이름이 바로 부여되므로 발견자가 이름을 별도로 붙일 기회가 없다. 하지만 소행성은 발견자 이름을 붙이지 않기 때문에 이름 부여 기회를 갖는 대신 자기 이름은 남기지 못한다.

최근에는 소행성 전문 탐사 망원경에서 많은 자료가 쏟아지면서 발견된 소행성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름 부여에 관한 새로운 규정까지 생겨났는데 2003년 시드니 규정에 따르면 두 달에 한 번, 한 번에 2개까지로 이름 신청이 제한됐다. 아무리 많이 발견해도 발견자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소행성 수는 연간 12개를 넘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명명된 소행성 ‘홍대용’과 ‘김정호’는 이 규정에 따라 신청됐다. 작년에 명명된 5개의 소행성(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은 새 규정이 정식 발효되기 전이라서 한꺼번에 신청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들 7명은 모두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는 역사 인물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사와 수준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기대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최근까지 약 10만 개의 소행성에 고유번호가 부여됐고 이 중 1만3000여 개에 이름이 붙여졌다. 2002년의 소행성 ‘통일’ 이전에는 일본인이 한국인 이름을 부여한 5개의 소행성이 있었을 뿐이었으나 이제는 우리가 발견한 우리 고유의 소행성이 9개나 있고, 이름 부여가 가능한 1개의 소행성과 더불어 조만간 고유번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10여 개의 소행성이 더 있어 꾸준히 우리 이름이 오를 것이다.

천문학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하고, 인간이 본능적으로 품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에 답을 준다. 우주로 진출하고자 하는 욕망에 그 가능성을 키워 주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천문학은 또한 밤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올려다보면서 마음의 여유와 생활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문학과도 같은 학문이다. ‘우주에서 빛나는 한국별들’을 떠올리면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한번쯤 올려다보는 여유를 갖게 되길 기대해 본다.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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