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열린마음 열린세상]월드컵 열기에 흠뻑 젖어보자

  • 입력 2002년 3월 20일 18시 26분


요즈음 필자가 회장직을 맞고 있는 ‘한국 터키 친선협회’는 부쩍 바빠졌다. 월드컵경기대회에 터키팀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손님맞이에서 응원까지, 모두들 가벼운 흥분에 들떠 있다. 응원복 디자인과 제작 주문도 마쳤다. 회원들의 성금으로 6000장의 티셔츠도 마련했다. 플래카드와 국기는 대사관 측에서 마련한다니 고맙다.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 결전의 날만 남았다.

▼외국팀 응원은 세계화 첫걸음▼

문제는 서울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대전이다. 중국은 우선 응원단 규모에서 엄청나다. 거기다 이웃사촌이라 한국 연고자까지 가세하면 온통 운동장이 중국 일색으로 될 게 틀림없다. 상대적으로 터키 응원석이 초라해질 건 뻔하다. 믿는 건 터키팀의 실력이다. 응원은 열세라도 경기에서 압도해야 할 텐데….

브라질과는 울산에서 붙게 된다. 여기서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은 한국 교포가 많아서 국내 연고자가 적지 않다. 그리고 브라질 축구 팬들의 열기는 이미 세계적이다. 우리나라와는 지구의 반대쪽이지만 축구라면 결코 거리가 문제일 수 없다. 삼바춤까지 추어 대며 신나게 달려 올 것이다. 거기다 축구 명문의 관록과 전통까지 두루 갖춘 팀이다. 정보에 의하면 그쪽 친선협회도 아주 치밀하고 조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타리카전은 인천에서 열린다. 여긴 좀 색다른 걱정을 해야 하는 일전이다. 코스타리카는 거리도 멀고 나라도 작다. 응원군이 아무래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조직위의 판단이다. 우리에겐 다 귀한 손님이다. 우리 회원이 너무 터키만 일방적으로 응원할 수 없을 것 같다. 서운한 기분이 들지 않게 상대팀의 기분을 배려해 가면서 응원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 당신은 어느 팀인가, 어느 팀을 응원하고 있는가. 당연한 걸 묻는 게 아니다. 붉은 악마가 들으면 화낼 소리를 묻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편가르기를 부추길 속셈으로 묻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에겐 다 귀한 손님인데 차별하자고 묻는 건 더구나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오건 우리로선 손님맞이에 한 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경기장 밖에선…. 하지만 일단 경기장에 들어서면 내가 좋아하는 팀이 있어야 맛이다. 그래야 목이 터져라 고함도 나오고 흥분도 된다. 아슬아슬하고 스릴도 있다. 화도 나고, 또 다음 순간 승리의 환희에 도취될 수도 있다. 이게 보는 재미다. 그래야 경기에 빨려든다. 이렇게 게임을 즐기려면 어느 한 쪽의 열성 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점잖게 양쪽 모두를 응원할 수도 있다. 그러다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어느 팀이건 박수를 보내고…. 이런 응원도 나쁘진 않다. 인격적인 수양이 잘 된 사람이라면 이것도 좋다. 혹은 아예 안방 TV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입장료도 만만찮고 덥고 가기도 복잡한데. 그게 낫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경기는 역시 운동장에 가서 봐야 한다. 그 뜨거운 열기와 함성에 흠뻑 젖어 보라. 앉았다 섰다, 고함도 치고, 핏대를 올리고…. 땀에 젖은 온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이보다 더 통쾌한 일도 없다. 이건 안방에 앉아서 결코 맛볼 수 없는 스탠드의 진수다.

또 그런 열기와 흥분에 취하려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옆자리의 모르는 사람과도 뜨거운 교감이 절로 이뤄진다. 특히 이번엔 외국 손님이다.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얼싸 안고 환호하고….

당신이 아니라면 아이들이라도 꼭 보내라.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 훌륭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게 진정 살아 있는 교육이다. 아이들은 세계를 향해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외국 팀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기분, 이게 세계화다. 그 아이는 앞으로 그 나라 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걸 계기로 마치 제2의 조국 같은 느낌도 갖게 된다.

▼당신은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인가▼

어느 팀이라도 좋다. 친선협회 회원이 되어도 좋고, 홈 스테이를 신청하는 것도 괜찮다. 말이 안 통해서? 걱정 마라. 뜨거운 가슴이면 된다. 외국 손님이 집에 오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그걸 인연으로 세계를 달릴 징검다리가 놓이게 된다.

한데, 아직도 팀이 없다고? 터키 응원석으로 오라. 터키는 우리에겐 혈맹의 형제국이다. 피 흘려 우리를 지켜준 형제들이다. 지난번 지진 때 우리가 펼친 거국적 모금운동이 터키 TV에 방영되던 날, 그 곳 시민들은 감동의 눈물로 지켜봤다고 한다. 특히 노병들은 한국전에 참전한 사실이 그 날 만큼 자랑스러운 날이 없었다고 한다.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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