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정크뮤직 유감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56분


과거 음반을 주로 구입하는 계층이 20대였던 것이 최근에는 7세에서 17세까지의 학생들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10대들이 선호하는 신세대 가수들의 댄스곡들의 음반 판매량이 1백만장에 육박하는 반면 20대 이상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소위 음악성이 있다는 가수들의 음반은 10만장을 넘기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천편일률적인 신세대 가수들의 헐렁한 원색의 옷차림, 노란 머리염색, 귀고리,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름들(요즈음은 H.O.T를 「핫」이라고 부르면 케케묵은 구세대로 취급되고 만다)은 유행의 추세라 치더라도 그들이 양산하여 내는 전자음향에 대해 서는 때때로 우려를 금할수가 없다. 심한 경우에는 집에서 컴퓨터 조작에 의하여 베이스의 볼륨을 최대로 높인 강력한 비트의 리듬을 만들고, 그 위에 일본 노래에서 적당히 표절한 멜로디와 흑인가수들의 랩사운드를 삽입하여 뚝딱 작곡을 한다고 한다. 좋은 오디오로 이런 음반을 틀어 보면 그 강렬한 베이스와 째지는 음향에 의하여 당장 스피커가 못쓰게 된다고 하니 그런 음악을 듣는 우리 청소년들의 귀가 무사할는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용돈이 궁한 청소년들은 길거리의 리어카에서 조잡하게 복사된 불법테이프를 사서 듣게 되므로 그 음질의 조악함과 해악은 한층 배가될 수밖에 없다. 얼마전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 우려를 말하였더니 그들은 당장 그런 음악을 「정크뮤직(Junk Music)」이라고 부르며 그 해악에 대하여 분개하였다. 이제는 이렇게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모여 정크뮤직의 해악에 대하여 알리고 청소년들의 음악적 감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최정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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