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박자경/양심 만세!

  • 입력 1997년 2월 28일 20시 24분


우리 정치에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불필요해진 지 이미 옛날이다. 추첨을 해서 아무나 뽑든지, 그럴 수만 있다면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이고 아무도 안 뽑고 싶다.

그러나 한보니 김 뭐씨의 비리설이니 하는 사건은 솔직히, 그들이 운이 없었거나 단지 꼬리가 좀더 길었던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민들이 울분을 터뜨리며 성토해도 아마 오늘도 누군가는 돈가방을 들고 권력의 문지방에 절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 백화점 족발 코너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하는 분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꼭 그분에게만 족발을 샀다. 왜냐하면 그분은 아는 사람에게는 뼈를 넣지 않고 순전히 살코기만 고봉으로 얹어 주었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우리 사회의 비리는 힘이나 돈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차표 한 장 얻자고 사돈의 팔촌에게 부탁하고, 아는 사람 불러서 줄에 끼워주고, 욕을 하면서도 학교에 돈봉투 바치고, 막힌 길 자기만은 바쁘다고 바뀐 신호등 밑에 머리를 들이민다.

그런 걸 못 하면 『융통성이 없다』 『세상 살 줄을 모른다』는 등 깎아내린다. 족발 장수 족발 가지고 권력 휘두르고, 차표 장수 차표 가지고 특혜를 베푼다. 나부터 시작해서 온 국민이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깜냥껏 비리를 저지르고 산다는 생각이다.

오늘 3.1절, 우리를 억압하는 권력과 그릇됨의 실체였던 일제에 대해 우리의 자존심과 선량한 세계관의 승리를 외친 날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물리쳐야 할 대상이 없을까. 있다면 누구인가. 아이와 태극기를 달아 매며 남의 행복과 권리를 해하지 않는 마음, 작은 것 하나에도 사됨을 섞지 않으려는 마음을 찾아야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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