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자동차 스트레스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07분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한국의 교통문제는 정말 심각한 것 같다. 프랑스에서 온 내 여자친구는 얼마전 길에서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킬 뻔했다. 운전면허증을 얻은지 얼마 안된 친구인데 바쁜 시간에 서울시내를 다니다가 사방에서 막히는 차 때문에 더이상 갈 수가 없다며 차를 버리고 울면서 버스로 집에 돌아왔다. 이것은 땅이 좁고 도로가 넉넉하지 않다는 이유외에도 어떤 다른 문제가 있어 보인다. 원래 내 눈에 비친 한국사회란 규칙과 예법 윤리가 아주 잘 지켜지는 사회다. 특히 어른들에게 존경과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집 밖에 나가 자동차를 몰기 시작하면 그 아름다운 모습이 왜 그렇게 사라지는 걸까. 집 안이나 사무실 안에서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는 부드러운 한국사람들이 길에만 나서면 그렇게 달라지는 이유가 궁금하다. 왜 『나 먼저, 나 먼저』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횡단보도에서는 사람들이 빨간 신호등에도 서지 않는 차들을 피해야 할까. 심지어 다른 차 앞에 주차해놓고도 핸드브레이크를 잠그는 사람도 있다. 차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과 정력, 쌓이는 스트레스는 정말 심각하다. 날마다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싸우고 서로 모욕을 준다. 사실 나도 운전을 하면서 한국말로 욕설을 많이 하게 됐다. 내가 듣기에 한국사람들은 모두 다 「큰 가족」이라고 한다. 본래 인정이 많아서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말을 걸기 시작하면 아주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이 이야기를 한다. 출신 학교와 고향이 같거나 아는 사람과 몇다리 건너 아는 사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친해진다. 알고보면 다 아는 사람이니 차를 타고서도 서로 존중해 주면 좋겠다. 교통법을 잘 지키고 남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더 멋지게 더 편하게 지내면 좋지 않을까. 이다 도시<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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