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유교, 대중속으로… 생활속으로…

  • 입력 2009년 9월 30일 0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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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경전암송대회 전국대회로
도산서원행사 일반인 참관 허용
이달초 ‘퇴계정식’ 음식도 선봬

경북 안동시 웅부공원에서 26일 전국에서 온 초중고교생과 대학생, 일반인 등 150여 명이 유교경전을 읽는 대회가 열렸다. 10대부터 70대까지의 참가자들은 ‘소학’을 비롯해 ‘천자문’, ‘명심보감’, ‘동몽선습’, ‘격몽요결’, ‘논어’, ‘맹자’ 등의 경전을 3분가량 낭랑한 목소리로 읊었다.

2001년 퇴계 이황 탄생 500주년을 맞아 열린 유교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시작된 ‘유교경전암송대회’는 지난해부터 전국대회로 발전했다. 참가자도 초기에는 몇십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00명을 넘었다. 올해는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가 줄었다. 대회를 마련한 경북청년유도회 남승섭 회장(53·안동시 송현동)은 “경전 암송은 단순한 옛글 읽기가 아니라 그 뜻을 깊이 새기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세를 익히는 것”이라며 “유교의 정신문화가 일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대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교의 고장’ 안동에서 ‘생활유교’의 길을 찾는 움직임이 잔잔하게 일고 있다. 유교의 가치가 일상에 깊이 스며있으면서도 정작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자성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은 도산서원에서 잘 나타난다.

도산서원 운영위원회는 29일 서원 내 상덕사(퇴계의 위폐를 모신 사당)에서 열린 가을 향사에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참관이 쉽도록 향사를 올리는 시간도 종전 오전 1시에서 오전 11시로 바꿨다. 이에 앞서 2002년에는 상덕사에 여성의 알묘(참배)를 허용했다. 서원 건립 이후 430여 년 동안 여성은 상덕사에 드나들 수 없었다. 이번 향사의 별유사(도산서원의 공무를 맡아보는 사람)이자 퇴계의 15대 후손인 이동구 씨(60·안동시 정하동)는 “향사를 이른 새벽에 봉행한 이유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라는 의미일 뿐 유교가 폐쇄적이기 때문은 아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유교의 가치를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일반인의 참관이 쉽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도산서원 부설 선비문화수련원은 유교와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들어 현재까지 80여 차례에 걸쳐 각계각층 3000여 명이 연수를 하는 등 지금까지 1만4000여 명이 이곳에서 유교와 만났다. 또 이달 초에는 안동의 향토음식 개발 차원에서 퇴계 선생이 즐긴 음식을 되살린 ‘퇴계 정식’을 선보였으며 퇴계의 사랑을 다룬 고택 뮤지컬도 10여 차례 열렸다.

최근 안동시에서 열린 ‘안동 드림 2030’ 발전계획 보고회에서도 유교문화자원을 글로벌 브랜드로 확산시키는 계획이 핵심전략에 포함됐다. 안동시와 경북청년유도회는 12월경 유교의 생활화를 주제로 국제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소중한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문화도시를 가꾸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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