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3일]어느새 霜降…가을이 진다

  • 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42분


스쳐 지나간 낫 그림자인 듯, 푸르스름한 낮달이 쉬엄쉬엄 나뭇가지 사이를 헤엄쳐 갈 때…. 하늘이 흘린 눈물인 듯, 아침 이슬이 고요한 신발을 신고 텅 빈 들녘을 적실 때…. 나뭇잎이 하나 둘 햇볕에 증발하듯이, 이 산 저 산 발그스름한 홍조(紅潮)를 띠어갈 때…, 그렇게 가을은 그윽해진다. 이슥해진다.

흐리고 일부 비. 아침 7∼16도, 낮 17∼22도. 부쩍 기온이 차다. 퍽이나 사람의 온기(溫氣)가 그리워지는 계절. 하지만 이 가을엔 함께 있어도 우리 모두 ‘홀로’라던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그래서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너무 가까이 있지 마라/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에서 자랄 수 없다…’(칼릴 지브란)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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