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그렇지만 진로지도는 아무래도…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우리 담임선생님은 두 분”이라고 하는 학생들이 요즘 적지 않다. 낮에 학교에서 만나는 담임선생님과 밤에 학원 종합반에서 만나는 담임선생님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학교 담임선생님과 학원 담임선생님 중 어떤 분을 더 가깝다고 여길까.

기자는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서울·경기지역의 성적 상위권 중학생 4명(남녀 각 2명)을 긴급 섭외했다. 그들에게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는 ‘이 상황에서 학교선생님과 학원선생님 중 어느 분을 찾겠는가?’ 하고 물었다. 중학생 4명은 다음처럼 답했다. 물론 이들 4명의 의견은 전체 중학생의 의견을 결코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① 집안 문제로 상담을 받고 싶다면?

→ 학교선생님 3표 vs 학원선생님 1표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 환경기록부도 쓰고 가정문제에 많이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아요. 학원에서는 가정실태 조사 같은 건 안 하잖아요.”

중2 윤모 군은 “집안문제라면 역시 학교선생님을 먼저 찾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담임선생님은 집이 가까운 학생들끼리 묶어서 조를 구성한 뒤 한 조씩 돌아가며 일일이 가정방문을 했다. 윤 군은 그런 담임선생님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른 학생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학원은 학습상담은 해줘도, 생활상담까지 해주는 곳은 아니다’는 이유였다.

② 진로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면?

→ 학교선생님 0표 vs 학원선생님 4표

중2 김모 양은 “학원선생님은 학업 면에서 나에게 어떤 점이 부족하고 또 내가 어떤 점을 보충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학교선생님에 대해선 “한 반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인지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김 양은 과거 공부의욕이 생기질 않아 고민하다 학원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학원선생님은 오랜 시간 김 양의 이야기를 들은 뒤 용기를 북돋아주고 시간관리법을 일러줬다고 한다. 학교시험을 치르고 나서 제일 먼저 ‘성적 어떻게 나왔니?’라는 문자를 보내준 것도, 결과에 대해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것도 학원선생님이었다고 김 양은 말했다.

③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느낌이 드는 쪽은?

→ 학교선생님 1표 vs 학원선생님 3표

중3 김모 양은 얼마 전 학원선생님에게서 감동을 받았다. 피로 때문에 윗입술이 퉁퉁 부어 있는 김 양을 본 학원선생님이 병원비를 쥐여주며 “친구 한 명이랑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다는 것. 김 양은 “나보다 선생님이 더 아파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김 양은 “학교선생님은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한쪽은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면서 삐뚤어진 학생까지 다독여주는 선생님이고, 다른 한쪽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거나 떠들어도 내버려두면서 무관심한 선생님.

중3 이모 군은 ‘학교선생님’을 꼽았다. 이 군은 “학원선생님은 오직 성적 위주로만 학생을 파악하지만, 학교선생님은 학교생활 전반을 살피니까 아무래도 나에게 관심을 더 많이 갖는 듯하다”고 했다.

④ 나를 혼내거나 체벌을 내려도 ‘나를 위해서다’라고 이해되는 쪽은?

→ 학교선생님 0표 vs 학원선생님 4표

학생들은 “학원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체벌을 내렸다가 자칫 그 학생이 학원을 그만두면 수입 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혼내는 학원선생님을 보면 뭔가 진심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한 학생은 “선생님들의 마음은 학교나 학원이나 모두 같을 것”이라면서도 “학원선생님은 잘못한 학생에게만 매를 들지만 학교선생님은 때론 단체로 벌을 주실 때가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학생 4명이 학원선생님과 학교선생님에 대해 품는 감정은 그 종류가 다소 달랐다. 학원선생님은 학생들과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떨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친구’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반면, 학교선생님은 학생들이 잘 해나가고 있는지 뒤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어른’의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집안문제처럼 예민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두고는 학원선생님보다 학교선생님을 찾겠다는 학생이 많았던 사실에서도 이런 차이는 확인된다.

학생들은 학교선생님이 가진 애로점들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반이 많아야 25명인 학원에 비해 학교는 최대 40명이나 되어 학생들에게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는 점, 행정업무가 많아 조례·종례시간을 빼고는 학생들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점 등을 꼽았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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