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뛰는 지방자치]<9>‘탄소소재 산업 선두주자’ 전북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원이 탄소산업의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 제조 과정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북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원이 탄소산업의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 제조 과정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북도
탄소섬유 눈뜬 전북 “꿈의 신소재 국산화 보인다”

고강도 초경량 소재 전량 수입 의존

2003년부터 ‘탄소밸리 조성’ 주력

“인력양성 - 기업유치 국가서 지원을”

《농업시대에 쌀로 한반도를 먹여 살린 전북이 이제는 ‘산업의 쌀’ 탄소소재를 키운다. 산업화에 뒤져 아직도 ‘농도(農道)’로 불리는 전북은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탄소소재산업을 선택했다.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첨단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아직까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북은 국내 유일의 탄소섬유 풀세트 생산체계를 갖춰 나가며 국내 탄소소재산업의 메카를 꿈꾸고 있다.》

○ 탄소섬유 국산화의 꿈

고유가가 세계 경제 전 분야에 걸쳐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 상황에서 원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고강도 초경량 탄소소재는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현을 선도할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소재는 에너지, 환경, 우주항공, 토목건축, 전기전자, 생체 및 군수 등 산업 전반에 필수 재료로 사용되며 탄소과학의 정도가 국가의 과학기술 및 산업, 국방력을 재는 척도란 말이 있을 정도로 핵심 소재다.

현재 국내의 탄소소재 수요는 연간 2500t(800억 원 상당)으로 전량 일본 미국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세계 탄소소재 시장의 70%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탄소섬유의 국내 시장은 매년 20%가량 성장해 2015년에는 수요가 연간 6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탄소소재 국산화는 경제적 가치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미래를 내다본 전북은 2003년부터 탄화장비(탄소섬유 생산시설) 구축을 시작으로 ‘탄소밸리 조성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탄소를 이용한 고기능 복합섬유 원천소재를 개발하고 관련 기업 및 연구소를 한데 모아 47조 원에 이르는 세계 복합소재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전북은 지식경제부의 지원으로 2007년 말 전주 기계산업리서치센터에 탄소섬유 시험생산 장비를 구축한 후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 이 생산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올해 국내의 한 대기업과 공동으로 200억 원을 투자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1000t 규모의 양산체계를 구축해 2013년부터 국내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탄소섬유의 원료섬유 생산장비 사업이 완료되는 2009년 말이면 국내 유일의 탄소섬유 생산체계를 풀세트로 갖추게 된다.

전북은 2006년 11월부터 매년 전주에서 ‘국제탄소페스티벌’을 열고 국내외 탄소 전문가들과 탄소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학술포럼 및 탄소 제품 전시회를 하고 있다.

올 초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인 ‘복합소재기술연구소’가 설립돼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1단계로 5년 동안 1598억 원을 투자해 탄소소재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를 통해 ‘탄소밸리’ 조성을 선도하게 된다.

전북에는 탄소섬유로 날개 길이가 50m가 넘는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를 만드는 군산의 ㈜KM과 비행기 날개 및 자동차 브레이크를 생산하는 완주의 ㈜데크 등 탄소소재를 이용한 제품 활용 기업도 있다.

○ 고급인력 양성과 기업 집적화 필요

전북이 탄소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 개발.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다. KIST 전북분원인 복합소재기술연구소가 빨리 자리 잡으려면 내년에만 244억 원이 투자돼야 하지만 충분한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탄소산업 관련 기업을 한데 모으는 것도 과제다. 생산된 탄소섬유나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응용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전용 공단이 있어야 산업군을 형성하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일본의 기술력 있는 탄소소재 응용제품 생산 기업을 끌어오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급인력 양성도 시급한 현안이다.

이현웅 전북도 부품소재과장은 “기업과 자치단체에서 일부 연구 및 기능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절대 부족한 상태”라며 “연구와 생산을 맡을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전북도 내 대학에 탄소 소재 관련 학과나 특성화 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소재산업은 전북의 미래를 열어 나갈 시대적 과제”라며 “지역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 자치단체가 힘을 합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항공기-로켓-우주복-연료전지-골프채…

47조 탄소소재 시장 급속 팽창

탄소소재는 탄소원자(C)로 이루어진 고강도 초경량 신소재다.

탄소소재에는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활성탄소, 다이아몬드 등이 있다.

탄소소재는 금속의 고강도와 전도성, 비철금속의 가벼움, 세라믹의 내열성과 내화학성 등 여러 소재의 장점을 고루 가지고 있으며 다른 소재와 융합력이 뛰어나다는 특성이 있다.

고유가와 환경문제로 인해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면서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고강도 초경량화가 산업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탄소소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탄소소재는 원유처리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이같이 화학적인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해 원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탄소소재산업은 세계적으로 일본이 가장 앞서 있고 미국과 대만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탄소소재의 대표적 분야인 탄소섬유는 탄소함유율이 90% 이상인 섬유로 강철보다 5배 가볍고 강도는 10배 강하다.

항공기와 인공위성, 로켓 등 항공우주 분야와 자동차, 골프채(카본 샤프트), 낚싯대, 테니스 라켓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탄소소재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나노튜브는 열전도율이 가장 높은 다이아몬드와 같고 강도는 강철의 100배나 된다.

이 소재의 지름 등을 조절하면 도체가 반도체로 바뀌어 집적도가 기존 실리콘의 1만 배인 테라바이트(TB)급의 메모리 칩 설계가 가능하고 엄청난 빛을 발산하는 성질을 이용해 두께가 얇고 전력 소모가 적은 브라운관도 만들 수 있다.

우주복과 같은 초강력 섬유, 휴대전화 충전기, 수소연료전지 등 활용 분야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2010년에는 15조 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탄소섬유 생산체계 내년 말 국내 첫 완비”김완주 전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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