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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도시]與도 野도 정치논리에 매몰

입력 2005-02-24 18:08업데이트 2009-10-0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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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단체장들 “신행정도시 수용”
염홍철 대전시장과 심대평 충남지사, 이원종 충북지사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은 24일 오전 대전 유성호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여야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으로 제시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전=연합
“갈수록 뜨거워지는 ‘감자’를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충남 연기-공주에 12개 부 등을 옮기는 여야 협상에 참여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여야가 타결을 서두르게 된 속내를 이같이 털어놨다.

그의 말에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선거를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충청 표’를 의식한 정치 셈법 때문에 경제 논리로 풀었어야 할 행정도시 건설 문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서울시의회는 24일 관련 법안이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수도 이전’ 문제로 인해 초래된 국론 분열의 2라운드가 펼쳐지는 듯한 형국을 맞고 있다.

▽여야 ‘충청 표 때문에…’=신행정수도후속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이전 부처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선 “차라리 여당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두고 우리는 여기서 빠져야 한다”는 얘기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차기 선거를 의식한다면 이 문제를 무작정 미뤄둘 수만도 없어 진퇴양난에 처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충청권 의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주요 부처 이전의 경제적인 실효성을 꼼꼼히 검증할 여유가 없었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차기 선거에서도 결정적인 키가 되는 현안인데 누가 이론을 제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당초 목적인 행정의 효율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여야의 정략적인 담합이 앞섰고, 이에 따라 이전 대상 기관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를 즉석에서 맞바꾸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 과천 반발=서울시의회는 이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제정반대결의문’을 채택하고 “여야 합의안은 충청권 표밭을 의식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피해가려는 교묘한 정치적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사람이나 기업이나 모든 게 경쟁력 있고 국가도 경쟁력 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심각한 고민도 없이 물건 흥정하듯 하고 있다”고 여야 합의를 밀실야합으로 규정했다.

여인국(余仁國) 경기 과천시장도 이날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하에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신행정 도시 관련 법안 제정을 즉각 중단하고 과천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신행정도시 관련법안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과천청사 이전반대 특별대책위원회 백남철 위원장(과천시의원)은 “특별법은 국토의 균형발전, 인구과밀화 해소라는 취지와 거리가 먼만큼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행정기능 이원화 문제점은▼

정부 부처들이 서울과 충남 연기-공주 지역으로 나눠지게 됨에 따라 행정기능의 이원화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 및 외교 안보 치안 기능은 서울에, 경제 교육 기능은 두 시간 거리인 충남에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국가적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게 행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동욱(金東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4일 “대통령과 총리, 장관들은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단일팀”이라며 “이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져 팀워크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서울의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 대전 행정타운으로 분산돼 있어 공무원들이 업무 협의를 위해 옮겨 다니느라 비용과 효율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전하는 부처들은 업무 협의를 위해 서울에 연락사무소를 두거나 국회가 연기-공주에 별관을 짓는 등 이중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의 대사관은 경제부처를 담당하는 별도 사무소를 연기-공주에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박천오(朴天悟)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화상 국무회의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대면(對面) 회의가 불가능할 때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지 일상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며 “보안이 필요한 문제를 비롯해 화상 국무회의로 대체하기 힘든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여당이 수시로 현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도 뜸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가 줄어들고, 정당정치가 위축될 수도 있다. 멀리 가는 장관보다 대통령 곁에 남는 비서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인 최인기(崔仁基)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중요한 국정현안 조율에 문제가 예상된다”며 “안보 문제나 재난 등 비상시기에 대통령이 재해대책본부를 가는 데만 2시간 걸린다면 국가적인 위기대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행자부 장관 시절인 2000년에 80억 원을 들여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 대전청사 간 화상회의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화상 국무회의를 잘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며 “혁명적인 정보화와 인프라 투자, 공무원의 발상의 전환이 뒤따르지 않으면 행정의 비효율성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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