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41년간 영화 200여편 출연 원로배우 황해씨

  • 입력 2005년 2월 1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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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영화배우 황해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서 10일 오후 배우 안성기 씨가 조문하고 있다. 연합
원로 영화배우 황해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서 10일 오후 배우 안성기 씨가 조문하고 있다. 연합
1950∼70년대에 액션스타로 활약하며 스크린에서 강인한 한국 남성상을 각인시켰던 원로배우 황해(黃海·본명 전홍구·全弘玖) 씨가 9일 밤 9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3세.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아온 고인은 부인인 원로가수 백설희(白雪姬·78) 씨와 4남 1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셋째아들이자 가수인 전영록(全永錄) 씨는 “며칠 전부터 반(半) 의식불명 상태로 말씀을 하실 수 없었다”며 “축구를 워낙 좋아하셔서 혹시라도 보실 수 있도록 한국과 쿠웨이트의 국가대표팀 경기 TV 중계방송을 틀어 드렸고, 온 가족이 임종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급히 연락을 받은 구봉서 송해 남궁원 안성기 현숙 씨 등 영화연예계 인사들이 찾아와 조문했다.

고인은 1922년 강원 고성에서 태어나 1936년 경성상고를 졸업한 후 악극단에서 활동하다가 1949년 한형모 감독의 영화 ‘성벽을 뚫고’로 데뷔했다. 1940년대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악극단의 주연 배우로 활동했고 1950년대 후반부터는 영화배우로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가족과 함께
1970년대 초 황해 씨 가족의 단란한 모습. 왼쪽부터 황해, 셋째아들 영록, 넷째아들 진영, 부인 백설희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표작은 ‘5인의 해병’(1961년) ‘독짓는 늙은이’(1969년) 등이며, 생전 2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약해지면서 1990년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을 끝으로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

‘독짓는 늙은이’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기상을, ‘부초’(1978년)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최우수연기상을, ‘평양폭격대’(1971년)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3년 10월에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평생 예명으로 쓴 ‘황해’에 대해 부인 백 씨는 “중국 공연을 다녀오다가 ‘황해’의 아름다움에 취해 스스로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나의 감독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비롯해 10여 편을 함께 작업했다”며 “고인은 멜로가 강한 액션 영화에 잘 어울렸던 배우였다”고 회고했다.

1950년대 후반 아역배우 시절 고인의 아들 역을 많이 맡았던 안성기 씨는 “황 선생님의 초기 영화 작품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안타깝다”며 “액션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하시던 모습이 어린시절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 옥(玉·주부), 아들 영남(永南·사업가) 학진(學進·사업가) 영록 진영(進永·작사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장례는 배우장으로 치러진다. 발인 12일 오전 9시. 02-3010-2294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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