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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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허창성(許昌成) 삼립식품 명예회장은 ‘제과제빵 산업의 산 증인’으로 통한다.

광복 직후 제과점 상미당을 설립하면서 제과제빵업계에 투신한 고인은 1949년 연료비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무연탄 가마’를 독창적으로 개발했다.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한 것.

이후 분식을 장려하는 사회분위기를 타고 삼립식품을 국내 굴지의 제과제빵업체로 발전시켰다.

최대 히트제품은 1960년대 개발된 ‘크림빵’. 워낙 찾는 사람들이 많아 돈을 먼저 내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제품을 내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70년대 초반에는 ‘아이차’라는 얼음과자로 큰 돈을 벌었고, 추운 겨울날 두 손을 호호 불며 먹는 ‘호빵’도 73년에 개발됐다. 호빵은 엄청난 인기를 끌어 많은 유사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밖에 우동 ‘하이면’, 카스테라빵 ‘보름달’도 빼놓을 수 없는 히트상품.

장남 영선씨가 삼립식품을, 차남 영인씨가 태인샤니를 물려받았다.

그후 삼립식품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영위기를 맞았으나 2002년 태인샤니 그룹에 인수된 뒤 올해 7월 크림빵을 다시 선보이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태인샤니가 ‘옛날과 똑같은’ 크림빵을 만든 것은 고인의 바람에 따른 것으로 허영인 회장은 병원에 입원중인 고인에게 다시 만든 크림빵을 바치기도 했다고 한다.

손문규(孫文奎) 삼립식품 상무는 “명예회장의 유일한 취미는 빵 만들기였다”면서 “살아서도 빵을 만들고 죽어서도 빵만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92년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빵에 대한 관심엔 변함이 없어 제품과 기술에 관한 영역에서는 손을 놓지 않았다. 공장장에게 제품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자택으로 가져오도록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구소장을 불러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는 것.

또한 불량제품이 나오는 것을 제일 싫어했고, 소비자 위주로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손 상무는 덧붙였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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