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식당-술집 등 담배판매 금지

  • 입력 2001년 3월 9일 18시 37분


이광영(왼쪽)·김기창
이광영(왼쪽)·김기창
7월부터 식당이나 술집, PC방 등에서 담배를 팔 수 없도록 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8일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논란이 뜨겁다. 이에 찬성하는 측은 외국담배 수입자유화에 따라 담배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각 업소의 담배 판매는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담배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측은 이같은 조치는 실제 담배 수요 억제 취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소비자의 소비권과 업소의 서비스권을 침해하는 당국의 월권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찬성/흡연율 줄이는 데 큰 도움▼

식당이나 술집, PC방 등 서비스업체에서 담배 판매를 허용해온 종래의 담배사업법 3장 12조 3항은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별로 없던 시대에 흡연자의 편의만 생각해 만든 조항으로 지금의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기 때문에 삭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담배의 해독과 폐해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있다. 지금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흡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가고 있고 담배산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미국마저 흡연규제에 앞장서 담배를 마약 차원에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뒷받침한다.

세계는 지금 담배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담배갑의 경고문 내용을 한층 구체화하고 담배 광고와 판매를 규제하는 조치들을 강화하고 있다.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담배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보고에 따라 선진 여러 나라는 담배값 인상과 함께 담배판매상에 대한 면허제와 감독 강화 등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다.

미국 담배 관련법은 담배 소매업자가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금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만 27세 미만의 모든 소비자에 대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명서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동시에 면허제를 도입해 담배 소매상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판매법을 어길 경우 벌금을 물리고 면허를 취소한다.

우리 나라는 성인 남자의 흡연율이 66.3%로 세계 최고다. 청소년 흡연율도 고3 남학생의 경우 37.9%나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특히 청소년의 흡연율 증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나라의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은 담배의 해독과 폐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흡연인구는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법대로라면 청소년들은 담배를 구할 수 없어야 하는데 담배를 구하지 못해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청소년은 없다.

정부는 그동안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 관례를 존중해 담배판매를 애써 묵인해 왔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담배회사들이 정가 이하로 값을 내려 판매하는 등 치열한 판매경쟁을 불러 일으켰고 이로 인해 성인은 물론 청소년의 흡연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었다.

우리 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해 담배시장을 개방한 후 담배 판촉전과 더불어 담배자판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본의 아니게 흡연율을 크게 높인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담배확산을 막는 조치는 공익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식당이나 술집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 금연구역이 늘어가는 마당에 이런 곳에서 담배를 쉽게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고 시대적 추이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이광영(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전북대 초빙교수)

▼반대/편법양산 뻔한 월권행위▼

흡연자는 고객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없는가. 연초에 보건복지부가 금연 권장을 빌미로 담배가격 대폭 인상을 거론하더니 이제는 재정경제부가 국민건강을 빌미로 요식업체 등에서의 담배판매를 금지하고 나섰다.

재경부는 최근 식당, 술집, 다방 등 유흥업소에서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허용해온 담배판매와 관련해 '서비스 업소 내부에 담배를 진열 판매해서는 안된다' 는 조항을 신설,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회 재경위원회에서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종래 단서조항으로 허용해온 담배판매를 완전 금지하는 한편 위반할 때에는 2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못박고 나섰다.

담배는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적인 성인 기호품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술과 담배를 팔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성인용 서비스업소에는 출입도 할 수 없게 돼있다. 그런데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성인 출입업소에서 담배를 살 수 없다면 누가 이 논리를 인정하겠는가. 물론 PC방이나 노래방 등 청소년의 출입이 허용되는 장소에서의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금지는 별개 문제다. 이는 엄격히 말해서 담배 소비자로서의 성인 애연가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다. 만약 고객의 불만에 따라 해당 업소가 궁여지책으로 판촉용 담배나 일반 담배를 무료로 고객에게 제공하거나, 담배를 무료로 제공하고 식대나 술값에 올려 처리한다면 당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비스업소에서 담배를 살 수 없게 함으로써 업소측이 겪게될 대고객 기초 서비스권 박탈에 대한 개념은 애당초 이번 법개정 취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을 업소주인이나 고객이 받아들이겠는가.

이번 법개정 과정에서 삭제된 단서조항은 서비스업소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심부름해준 판매행위를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법정다툼 끝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거쳐 종래의 담배사업법에 단서조항으로 삽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회 재경위원회에서 통과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대법원 판단 이전의 상태로 되돌린 것으로 서비스 업소와 단속자의 다툼은 물론 입법부와 사업부의 법리적 논란의 여지도 남기는 것이다.

설사 이번 법개정이 담배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취해진 조치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면서까지 무조건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원스톱 서비스와 고객만족 위주의 소비생활패턴시대에 역행하는 중대한 서비스권 박탈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보호법 제정을 통해 담배 심부름마저 기계적으로 금지해 가정 내에 웃어른과 청소년들간에조차 작은 파문을 던진 정부가 개인 사생활의 지엽말단적인 일에까지 간섭하고 갈등을 빚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

지켜지지도 못할 법으로 담배소비자와 업소에 불편만 야기할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 애연가들의 소비권과 업소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권은 공공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 한 침해될 수 없는 것이다.

김기창(서초신문·한국담배인삼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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