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음주운전 뿌리뽑자]사례로 본 판결추세

  • 입력 1998년 11월 15일 19시 58분


모 회사의 영업사원 김모씨(34·서울 성북구 석관동)는 지난달 20일 오랜만에 고교동창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차를 가지고 왔다”며 한사코 술잔을 피했으나 친구들의 ‘강권’에 못이겨 그만 소주 몇잔을 들이켰다. 김씨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핸들을 잡았다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혈중 알코올농도는 0.108%.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운전면허 취소기준인 0.1%를 약간 넘어선 상태였다.

김씨는 “초범이고 업무특성상 운전이 필수적”이라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으나 허사였다. 경찰의 면허취소처분에 불복, 법원에 경찰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기각당한 것.

이모씨(44)와 박모씨(31)의 경우도 마찬가지. 각각 혈중 알코올농도 0.126%, 0.135%로 나타나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뒤 “경찰의 면허취소행위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 다 안타까운 사정이 있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증가와 결과의 참혹성에 비춰볼 때 예방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원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혈중 알코올농도 0.13%를 기준으로 그 이하면 운전면허취소 구제여부를 검토해 왔으나 최근에는 ‘내부기준’을 강화해 0.1%를 약간만 넘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경찰의 면허취소처분을 그대로 인정하는 추세다.

최근의 법원 판결을 보면 혈중 알코올농도 0.12%를 ‘마지노선’으로 정해 그 이상 술을 마신 경우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의 통계를 보자. 행정법원이 개원한 올 3월부터 8월까지 음주운전에 따른 운전면허취소와 관련해 모두 1백7건의 판결이 나왔다. 이중 법원이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사람의 손을 들어준 것은 고작 19건(17.7%)에 불과했다. 구제받은 19명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0.116%로 모두 0.12% 미만이었다.

행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0.1%가 넘으면 규정대로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게 법원의 기본입장”이라며 “다만 0.12% 미만인 경우 △교통사고 전력이 없고 △법규위반으로 처벌받은 적이 없으며 △운전이 생계수단이라고 판단되면 선별적으로 구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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