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내은/‘약골 청소년’에 체력단련 기회주자

  • 입력 2004년 9월 2일 19시 03분


코멘트
이내은
요즘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이렇다. 여학생들에게 철봉 매달리기를 시키다 보면 채 매달리기도 전에 아래로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는 더 매달려 보라고 독려하지만 아이들 얼굴에는 힘든 표정이 역력하다. 그 곁에서 오래달리기 연습을 하는 남학생들 중에는 1600m(오래달리기)를 달려야 하는데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부터는 걷기 시작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왜 이리 힘든 운동을 시키느냐는 듯 원망스러운 표정이 가득하다.

‘덩치 큰 약골 학생’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키와 체중은 서구형으로 변하고 있지만 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특히 입시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등학생들마저 체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요즘 아이들은 매사에 끈기와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던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쉽게 중간에 포기한다는 것. 그 이유 중 하나가 체력 약화인 게 분명하다. 체력은 국력이라고들 하는데 대한민국의 기둥으로 자라날 청소년들이 어쩌다가 이처럼 허우대만 멀쩡한 약골이 되고 말았는가.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출세한다는 학벌주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대학 입시를 위해 일찌감치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공부를 하느라 우리 학생들은 마음 놓고 뛰어 놀거나 운동할 시간이 없다. 대학입시에서 체력장이 사라지는 바람에 학생들의 체력 저하가 가속화됐다. 중고교의 체육시간이 줄어들었고 특히 고2와 고3의 경우 체육이 선택과목이 되면서 아예 체육수업이 사라진 학교도 생겨났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학교와 가정의 역할이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약골 체력으로는 인생의 긴 승부에서 배겨날 수 없다.

이내은 중학교 교사·대구 북구 서변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