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동훈/변호사 수 늘려야 법치시대 온다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41분


최근 한국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법치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볼 시점이 됐다. 불행히도 우리는 법치 사회에서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문민정부 이후 겨우 법치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을 뿐이다.

대한변협의 주장대로 법치가 후퇴하고 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단순히 정쟁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변호사의 수가 적은 데 있다. 실제 법을 응용하고 적용하는 대표적 집단은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법치는 변호사가 국민 생활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야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변호사의 수가 너무 적으면 법치가 이뤄질 수 없다. 수요공급의 경제법칙과 마찬가지로 법 시장에서도 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어우러져야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전세계 100만명에 달하는 변호사 중 70%가 미국에 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겨우 5000명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참고 지내라는 소수 귀족주의를 택한 것이다. 이래서는 법치가 변치(辯治)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자격증만 따면 호의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변호사 천국(?)인 셈이다.

법치의 상용화는 여러모로 유익하다. 변호사가 대량 생산되면 인권이 실질적으로 옹호되며 개인간의 시비나 공권력의 부당함에 대해 직접 대응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신적, 물적 피해까지 변호사가 대신 해결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기 때문이다.

둘째, 변호사 공급이 늘면 의뢰인인 국민이 중심이 되는 대전환이 일어난다. 개인변호사 제도가 정착돼 개인은 편리한 법적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변호사도 법 시장의 영역 확대에 힘입어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

셋째, 변호사가 10만명 늘어나면 사무장, 비서를 고려해 최소한 3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 단발적이고 소모적인 실업대책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변호사 양산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훨씬 이롭다.

한국경제의 외형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적 수단 중 하나는 변호사를 하루 속히 시장경제 체제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언제까지 변호사 업종만 경제원리의 예외로 둘 것인지 답답하다.

윤동훈(한국전자산업진흥회 전자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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