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요커]광고의 습격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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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행기 좌석 식탁받침대에 신제품 광고를 실었다. 화장실 표지판이 주류 광고에 이용되기도 한다. 남자가 바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변형됐다. 공항 검색대의 소지품 보관함에 설치된 광고는 공항 이용객이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달걀에 방송 프로그램 광고를 인쇄하는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위부터).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행기 좌석 식탁받침대에 신제품 광고를 실었다. 화장실 표지판이 주류 광고에 이용되기도 한다. 남자가 바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변형됐다. 공항 검색대의 소지품 보관함에 설치된 광고는 공항 이용객이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달걀에 방송 프로그램 광고를 인쇄하는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위부터).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노른자위는 우리에게, CBS 월요일.”

뉴욕 일대 슈퍼마켓에서는 이렇게 적힌 달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송과 달걀이 무슨 관계?’ 싶겠지만 달걀마다 재미있는 문구와 CBS방송의 프로그램 광고가 인쇄돼 있다.

소비자의 시선이 닿는 곳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게릴라식 광고’가 미국에서 급증세를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이나 TV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광고와 구별하기 위해 ‘대안 광고’라고 불리는 이런 게릴라식 광고에는 장벽이 없다.

유에스항공의 비행기 좌석 식탁 받침대를 펴면 마이크로소프트(MS) 광고가 나온다.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은 이 광고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항공사는 멀미용 비닐백에도 광고를 판매하려 시도 중이다. 공항에서 보안 검색기를 통과할 때 소지품을 넣는 통에도 어김없이 광고문구가 등장한다.

나이가 어려도 게릴라식 광고를 피해갈 수 없다. 월트디즈니사는 지난해 여름 ‘리틀 아인슈타인’ DVD를 발매하면서 2000여 개 소아과 병원의 진찰대를 덮는 일회용 종이덮개를 광고매체로 활용했다. 병원들은 의료용 종이덮개를 공짜로 받는 대가로 광고를 허용한다.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광고하는 종이덮개도 등장했다. 건물 벽과 엘리베이터 바깥문은 이미 대안광고에서 ‘고전’으로 분류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도시 거주자 1인당 광고 메시지 접촉 건수가 30년 전까지 하루 평균 2000여 건이었지만 최근에는 500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광고가 생활영역에 더욱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대안광고 물량은 여전히 기존 광고에 비하면 매우 적다. 그러나 2000년 2400만 달러(약 218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억8700만 달러까지 크게 늘어나 급성장 추세다.

인터넷상의 스팸메일에 거부감이 커지는 것처럼 이 같은 무차별적인 광고에도 역풍이 만만치 않다. 체이스뱅크와 커머스뱅크는 지난달 뉴욕 시내 보도에서 빔(광선 투사)을 이용해 광고를 시작했으나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뉴욕시가 빔 사용을 금지했다.

자동차보험회사인 가이코는 맨해튼의 관문인 조지워싱턴 다리에 광고물을 설치하려 했으나 “다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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