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보니]조상준/´국력 4강´ 이끌 지도력 아쉽다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44분


6월은 한국에 있는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인들에게 무척이나 신나는 달이었다. 미국에서 새벽잠을 설치고 본 우리 선수들의 월드컵 4강 진출은 나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날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생활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4강 진출은 한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 모두에게 심어주었다.

이런 우리 국민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선진국을 지향하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현명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온 국민의 월드컵 열기에 편승한 병역 특혜나 정부차원의 임시공휴일 지정을 보면서 다시금 정치권의 지도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세계를 놀라게 한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이번 대회를 ‘남의 집 잔치’라 생각하지 않고 바로 ‘나의 잔치’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을 가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면 지도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에 긍지를 느끼게 해주고 국민의 창의적인 에너지를 결집시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실수는 국민을 국가의 현명한 주인으로 만들지 못했고 책임 없는 손님으로 대접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겨우 2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 강대국이 된 바탕은 미국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라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봉사하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미국인이라는 긍지를 갖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은 선수들이 그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훈련시키고 격려해 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병역의무는 주인인 국민이 ‘내 국가를 내가 지킨다’는 신성한 의무이며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도자들은 신성한 병역의무를 능력과 배경이 부족한 평민의 몫인 것처럼 방치한 것도 반성하지 않고, 그것도 부족해 선수들에게 마치 포상처럼 병역을 면제해 준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신성한 의무를 우롱하고 짓밟는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몇몇 개인의 병역 수행이 국가적 손실이 된다면 깊이 연구해 병역과 상응하는 국가적 의무를 대신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신성한 의무를 다한다는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진정한 지도력일 것이다. 미국에서 선거를 할 때 입후보자 자신이나 그 가족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병역의무를 회피했는가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은 주인의식이 없는 자에게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주인이 아니고 국민이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놀라울 정도의 단결된 국민의 힘은 세계의 거센 경쟁과 도전을 뚫고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선진국이 되는 원동력이 되리라 본다.

조상준 미국 미시간주 웨인주립대 나노바이오과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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