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냐 공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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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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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에는 성균관대 교수이던 고 전몽각 선생이 딸이 태어나 시집갈 때까지(1964∼1989년)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 있다. 1990년 초판이 나온 뒤 20년 만에 최근 재출간됐는데 사진집으론 드물게 3쇄 7000부가 팔렸다고 한다. 머리를 땋는 모습부터 졸업식 장면까지 흑백사진에 담긴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 뭉클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개인의 일상이 담긴 사진집이라는 점도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통적으로 개인의 일상을 찍은 사진은 주로 사적인 영역에서 소비돼 왔다. 앨범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건 친분이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윤미네 집’처럼 일면식도 없는 대중들에게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개인의 일상은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든, 자랑스러운 것이든 감추고 보호해야 하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속했다.

‘윤미네 집’은 출판됐다는 점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수많은 ‘윤미네 집’이 존재한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일상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블로그는 대부분 개인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내가 읽은 책, 감상한 영화, 주말에 다녀온 곳, 먹고 마신 것, 좋아하는 야구팀…. 블로그를 읽다 보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여다보면 관심사 외에도 개인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

최근 프라이버시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적인 인터넷기업들이 도마에 올랐다. 캐나다 독일 영국 등 10개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구글 버즈가 기본적인 프라이버시 규범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에 나온 구글 버즈는 G메일 사용자들이 자주 쓰는 e메일 주소를 자동으로 버즈 서비스의 ‘친구’로 등록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가입자가 4억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도 지난해 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에서 ‘본인의 동의를 얻어 공개하는 방향’으로 프라이버시 정책을 바꾸면서 논란을 빚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창업자는 최근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프라이버시는 이제 사회적인 규범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올해 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이슈 가운데 하나다.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인터넷 기업들은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속했던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개인의 관심사와 지인들, 이동경로 등은 맞춤형 광고에 필수적인 정보들이다.

“프라이버시의 시대가 끝났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프라이버시에 대한 태도가 변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인터넷에 개인정보를 올릴 때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할 때는 대중 앞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존 클라인버그 미국 코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조언에 귀 기울일 때다.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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