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Week]유럽은행들 지원 시급한데 금융자본 반발은 심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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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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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유럽 민간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이 논의되고 있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은행 스스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힘들다. 유럽 정부들이 자국 은행에 개별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주거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자는 독일이, 후자는 프랑스가 선호하는 방법이지만 납세자의 세금이 금융기관 지원에 들어간다는 점에선 매한가지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는 연일 금융자본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금융가들을 ‘99%의 희생을 먹고사는 1%의 탐욕자’로 규정하면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금융기관 지원에 대한 불가피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이 화폐가치의 증식만이 아닌 실질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 이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금융에서 파생하는 수익은 불로소득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 금융 영역에서 조장된 과도한 레버리지(차입)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골을 깊게 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적으로 봐도 금융에 대한 인식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까지 미국의 몇몇 거대 금융기관은 일개 시장 참여자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 특히 JP모건은 미국 경제를 쥐고 흔들던 절대 강자였다. 돈줄을 쥐고 있던 금융가들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던 산업자본 위에 군림했다. JP모건은 US스틸, GE, 듀폰 등 거대 산업자본을 사실상 지배했다. 비운의 타이타닉호를 운영했던 국제 해운트러스트 IMM의 대주주도 JP모건이었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금융가들은 대중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1920년 JP모건에 대한 폭탄 테러는 요즘 벌어지고 있는 월가 시위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1930년대 전설적 은행강도 존 딜린저가 대중에게 의적 로빈 후드와 같은 대접을 받았던 것도 사회 바닥에 흐르고 있었던 금융기관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대공황기 자신의 집과 농지를 은행에 압류당했던 미국인들은 은행을 터는 강도에게 열광했다. 최초의 금융 규제 법안으로 회자되는 글래스-스티걸법은 이런 시대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서구 선진국 경제의 회복은 미진하다. 급증한 정부 부채는 연금을 깎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를 늘리는 긴축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미권 사회 전반의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 지원에 대해 사회적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가들의 리더십일 텐데 그리 미덥지 못하다. 금융 자본에 대한 광범위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도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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