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연기금, 주식편입비율 얼마나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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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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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연기금은 한국 주식시장의 믿음직한 버팀목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세계 5대 연기금으로 자리 잡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한국의 연기금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연기금이 운용하는 자산 중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높고 주식 비중은 너무 낮다. 이런 상황은 연기금이 장기적으로 주식 보유 비중을 늘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에 늘 연기금은 증시의 큰손으로 기대를 모으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연기금은 8조2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9조5000억 원을 순매수했던 2008년과는 정반대의 매매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2008년에는 코스피가 급락했고 2009년에는 급등했다. 앞으로도 국내 연기금의 매매 행태는 지난 2년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주가가 오르면 팔고(또는 소극적인 매수를 보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고려해야 할 점은 상당수 연기금의 국내 주식 편입 비중이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이다. 즉 주가가 상승함으로써 보유 주식의 평가 금액이 높아지면 굳이 신규 매수를 하지 않더라도 목표 비율을 맞출 수 있다. 2009년이 그랬다. 국민연금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국민연금은 8조2000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보유 주식은 줄어들었지만 코스피 급등에 따른 평가차익 증대로 전체 자산 대비 국내 주식 보유비율은 2008년 말 12.2%에서 2009년 9월 말에는 15% 안팎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한국 연기금의 낮은 주식보유 비율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등과 같은 서방 주요 연기금의 높은 주식보유 비율과 비교되면서 자산 운용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잣대인 양 비판을 받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렇지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2008년 하반기에 기록적인 주가 하락이 나타나면서 주식 편입 비율이 낮았던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세계 주요 연기금 중 가장 좋게 나오는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비록 2009년에 글로벌 증시 전반이 반등세를 보였지만 아직도 주식이라는 자산이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장기투자 대상인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한국의 연기금도 주식 편입 비율을 당위적으로 늘려 나가야만 한다는 강박증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연기금이 장기적으로 주식 편입 비율을 늘려 나갈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설 정도로 순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기금에 대한 현실적 기대치는 주가 하락을 완충시키는 방패의 역할이지, 주가를 끌어올리는 창의 역할은 아니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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