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퓨전 중국음식점 창업 안광수 씨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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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들의 경험이 저에게 큰 힘이 됐지요.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어떤 업종을 택하건 장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업의 규모가 크건 작건 이런 ‘장사의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소규모의 퓨전 중국음식점 ‘디긴차이나’를 운영하고 있는 안광수(44) 사장은 ‘사람의 힘’ 덕에 성공적인 창업 6개월을 지냈다.》

외국계 기업에서 14년을 일한 그는 2005년 2월 생산관리 팀장을 마지막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M&A) 된다는 소문이 들리는 데다 승진에도 한계를 느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창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퇴사 후 10개월 정도는 전부터 관계를 맺고 있던 협력업체를 도와주는 일거리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이 끝나고 뒤이어 20여 차례나 여기저기 입사 지원을 했다가 실패하자 지난해 여름 창업으로 마음을 바꿨다. 3개월을 준비한 뒤 가을에 식당을 열었다.

“모아 놓은 돈이 많지 않았지만 1억 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투자비가 적당한 현대식 중국집을 택했습니다.”

투자비와 함께 안 사장이 이 업소를 창업하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방 종업원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데 있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집은 주방장을 구하기가 어렵고 관리도 힘들지만, 안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직원을 소개받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었다. 배달 사원까지 모두 6명의 종업원을 채용했다.

‘직원’으로 채용하기는 했지만 경험이 많은 종업원들은 모두 안 사장의 스승이었다. 주문받는 법, 배달준비를 하는 법, 고객을 응대하는 법부터 쓰레기 분류, 청소 순서, 식자재 관리까지 일일이 물어가며 ‘진짜 중국집 사장’이 되기 위해 애썼다. 몇 달 만에 직원 한 사람이 갑자기 결근해도 하루쯤은 무리 없이 식당을 꾸려갈 정도의 요령이 생겼다.

영업 실적을 높이는 데는 안 사장만의 독특한 경영 방식이 한몫을 했다. 종업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분기별 매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그 만큼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안 사장은 매달 매출액을 종업원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있다.

배달이 중요한 중국 음식점의 특성상 홍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달 직원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홍보비’를 주고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홍보용품으로 학원에는 문구류를, 사무실에는 이쑤시개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을 썼다. 경영 성과를 공유하는 직원들은 적극적인 자세로 영업에 나섰다. 12평 매장에서 현재 월 매출 3000만 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 각종 경비를 제외한 수익률은 35% 정도다.

“장사가 잘돼 직원들에게 월급의 30% 정도는 보너스로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상 경비에서 더 지출되는 돈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아요. 직원들이 뛰어준 덕에 매출이 올라간 것이니까요.”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종업원들과 ‘더불어 경영’ 주인의식 고취

안광수 사장은 종업원들과 함께 발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수익 증대가 목적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 종업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함께 가게를 만들어 간다는 주인의식을 고취시킨 것이다. 또 초보 창업자로서 경력자들에게 배우려는 적극적인 태도도 생소한 분야의 일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창업을 결정하고 입지와 종업원을 구하기까지 프랜차이즈 본사의 조언을 수용하고, 종업원들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허드렛일부터 하나씩 배워나간 자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 경 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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