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글로벌 인재의 요건으로 뛰어난 어학능력과 지식수준, 해외에서의 경험 등을 꼽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은 바로 자신의 일에 대한 철저한 책임의식이 아닐까 한다.
10여 년 전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효성의 타이어코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장벽이 높아 고생한 적이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다 보니 타이어 메이커들은 공급 업체를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난관을 뚫고 제품을 납품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타이어코드를 납품받아 생산하는 미국 업체의 생산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자 효성 울산 공장의 생산 담당자들이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보름 동안 밤을 새우며 공정을 분석했다. 문제의 원인이 미국 공장의 기계적인 특성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을 파악하고는 문제를 해결해 냈다.
그 미국 타이어 업체는 “자신들이라면 6개월은 걸려야 가능한 일을 효성 직원들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밤낮으로 노력해 해결하는 모습에 신뢰를 갖게 됐다”며 이후 효성의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 일을 해낸 직원들은 흔히 글로벌 인재로 꼽는 해외 유학파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히 회사가 원하는 글로벌 인재였다. 내가 만드는 제품은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가장 까다로운 미국 시장을 개척해 낸 것이다.
최근 입사 지원자들을 보면 ‘화려한 이력서’에 감탄이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주의에 익숙한 세대의 지원자들이 자기희생과 헌신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팀워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장세걸 ㈜효성 인사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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