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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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파트너와 인간적으로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보통은 일로 만난 사이기에 그 일이 끝나면 그냥 잊혀 가는 존재가 되기 쉽다. 일로 만난 사람들과 인간적인 만남을 지속할 수 있다면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거나 인맥 관리의 ‘달인’일 것이다. 하나로텔레콤 박병무(46·사진) 사장은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들과 친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고, 나하고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명단에서 빠진 사람은 서운해할 수도 있잖아요. 인맥관리의 진정한 달인 답다고요? 허허허…”

2001년 5월 어느 날 밤, 종합엔터테인먼트업체 플래너스 박병무 대표는 급히 경북 경주시로 갔다. 플래너스와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하자는 박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고 ‘잠적’한 시네마서비스 강우석 대표가 경주에 있다는 ‘첩보’가 들어와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의 집요한 설득에 강 대표는 결국 시네마서비스를 플래너스와 합치기로 결심한다.

‘피하고 쫓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지금은 ‘친구’가 됐다. 영화 ‘광복절 특사’, ‘주유소 습격사건’ 등을 만든 김상진 감독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장진 감독 등과도 가끔 만나 술잔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강 대표는 박 사장에 대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는 최고”라며 “사람이 똑똑해서 차가워 보이지만 한 겹 벗겨 보면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이며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강 대표와 지금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처음에 시네마서비스에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 증자 과정 등을 거쳐 6∼7개월 만에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계약서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이렇게 해 주겠다고 말로 한 약속을 지켜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달가워하지 않던 비즈니스 파트너까지도 ‘친구’로 만드는 박 사장의 인맥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대 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합격, 김앤장법률사무소 근무, 플래너스 대표이사,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 대표이사 등 이력만 봐도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들과 ‘형님 동생’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에 들어갈 ‘인맥 지도’에 필요하니 분야별로 친한 사람 몇 명씩만 알려 달라고 하자 그는 “고등학교 동기나 대학 동기, 김앤장에서 같이 근무한 사람들 중에 친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몇 명만 이야기 하느냐”며 사양했다.

그는 누구, 누구와 친하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인맥이 만만치 않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거듭되는 요청에도 박 사장은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고, 나하고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명단에서 빠진 사람은 서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거절했다.

자신의 인맥이 노출되는 것도 피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배려하는 박 사장은 진정 인맥 관리의 ‘달인’이다.

●박병무 사장의 인간관계 5계명

1. 만남을 즐기라-좋은 만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2. 진실하게 대하라-이 세상에 유일한 정답이 있다면 그것은 진실일 것이다.

3. 형식, 격식에 얽매이지 말라-누구를 만나든지 상대의 지위나 위치를 보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상대방 자체를 봐야 한다.

4. 많이 들으라-마음을 귀를 열고 상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상대방은 어느새 나의 스승이 되어 삶의 해법까지 이야기한다.

5. 공과 사를 구별하라-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해서 공적인 부탁을 해서는 안 되고, 그런 부탁을 들어주어서도 안 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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