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서울 문화지도 바꾸는 ‘삼성가 예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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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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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선 아트페어 개최… 인근엔 고가패션 스토어 개관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12, 14, 15층은 ‘때 아닌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날부터 29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AHAF)’를 보러 온 손님들이었죠.

3개 층 90개의 객실 출입문엔 국내외 유명 갤러리들의 문패가 각각 달려 있었습니다. 객실에 들어서니 침대 위에도, 창가에도, 심지어 화장실 욕조에도 미술품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호텔이 갤러리로 변신한 겁니다. 이 기간 선보이는 작품이 무려 3000여 점입니다.

‘한젬마 특별전’이 열리는 1424호. 유명 작가 한젬마 씨가 못을 모티브로 표현한 침구와 컵, 블라우스 등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씨는 “갤러리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도 호텔 객실에선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을 일상처럼 느낄 수 있다”며 “호텔 아트 페어는 작가와 관람객의 소통을 돕는다”고 말했습니다.

AHAF는 이번이 4회째입니다. 2008년 8월부터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2009년 8월),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올해 2월)에서 열렸습니다. 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은 “신라호텔이 권위적 분위기를 젊게 바꾸기 위해 이 행사를 먼저 제안해 왔다”며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삼성가(家)의 배려로 성대한 잔치가 됐다”고 했습니다.

마침 이날 신라호텔에서 멀지 않은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초입에 일본의 고가 패션 브랜드 ‘콤 데 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문을 열었습니다. 매장과 갤러리, 카페 등을 갖춘 건물 외관(지하 1층, 지상 5층)부터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데다 그 안의 패션은 더욱 실험적이고 예술적이었죠.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전개하던 국내 사업권을 얼마 전 제일모직이 따내 세운 이 매장은 국내 재벌가가 많이 모여 사는 한남동 일대를 더욱 고급화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씨는 신라호텔 전무, 차녀인 이서현 씨는 제일모직 전무입니다. 평일 낮부터 구름처럼 몰려든 미술과 패션 애호가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삼성가의 취향이 서울의 문화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구나’라고.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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