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MK가 하루 두번 찾은 빈소

  • Array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19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주차장과 인근 도로에는 하루 종일 검은색 에쿠스와 오피러스 행렬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18일 오전 심장마비로 별세한 김승년 현대·기아자동차 구매총괄본부장(사장) 빈소로 향했습니다. 김 사장의 빈소에는 19일 밤늦게까지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고, 현대·기아차 계열사 임직원들이 조문객들을 맞았습니다.

정몽구(MK)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19일 두 차례나 김 사장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출근길에 빈소에 들러 유가족들을 위로한 데 이어 퇴근하면서 다시 빈소를 찾아 한 시간 이상 머물다 돌아갔습니다. 정태환 현대모비스 부사장은 “두 분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사장은 1990년 현대정공 자재과장을 하다 정 회장의 비서로 발탁돼 15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습니다. 한동안은 정 회장의 비서실장과 인사실장을 겸임할 정도로 정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습니다. 이 때문에 김 본부장은 ‘MK의 그림자’로 불렸습니다. 그는 2002년 이사로 승진한 뒤 6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김 사장은 정 회장 곁을 떠난 뒤 구매총괄본부장을 맡아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회사들의 품질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 회장이 바쁜 일정에도 하루에 빈소를 두 번씩이나 찾은 것은 오랜 기간 자신을 보좌했던 사장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슬픔과 김 사장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현대차 관계자들은 해석했습니다. 김 사장의 가족도 현대차그룹과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김 사장의 형이자 정 회장의 친구인 김광년 변호사는 현대차 사외이사로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고, 김 사장의 딸은 현대모비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들이 가장 상심해 있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현대·기아차그룹 임직원들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휴일도 없이 회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핵심 임원의 허무한 죽음 앞에 할 말을 잃은 임직원들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 역시 현대·기아차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경영진의 측근이 아니더라도 회사를 위해 헌신하다 떠난 직원에 대한 충분한 예우는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같은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봤습니다.

황진영 산업부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