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청개구리 투자’의 매력

  • 입력 2002년 6월 2일 17시 39분


2002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이겨 세네갈에 돈을 건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다. 반면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사우디가 8-0으로 져 ‘혹시나’ 하며 사우디에 돈을 걸었던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한일 월드컵 게임은 주식투자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남들과 달리 하면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건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주식투자에서 대중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을 역행주의(逆行主義)라고 한다. 이들은 외롭게, 때로는 오해를 받으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음으로써 큰돈을 벌었다. 존 템플턴 경(卿)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 주가가 폭락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때 주가가 1달러 미만인 주식을 사모아 억만장자가 됐다. 외환위기 직후와 9·11테러 때 주가가 폭락해 두려움에 떨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외국인과 일부 큰손들은 주식을 사서 5배, 10배의 이익을 남겼다.

역행주의자들은 흉내 바둑을 두는 똑똑한 청개구리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는 상대방이 두는 것을 그대로 따라 두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제 길을 가는 것처럼, 역행주의자들은 주가 상승세나 하락세가 지속될 때는 대중과 같이 행동하지만 주가가 폭락할 때나 급등할 때는 남들과 정반대로 행동한다.

이들은 주가가 고점에 비해 50% 이상 하락한 종목을 대상으로 하나의 주식에 전체 투자금액을 쏟아 붓지 말고 여러 종목을 나눠 사고 매수가격보다 10∼25% 떨어지면 손절매한다는 원칙을 세워 둔다. 산 가격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고 해서 절대로 물타기는 하지 않는다.

4월 18일에 937.61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가 796.40까지 폭락했다. 외국인 매도, 트리플위칭데이, 원-달러환율 하락, 정부의 신용카드 규제강화 등….

악재도 많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적지 않다.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1979년 8월 주가가 폭락했을 때 “주식은 이제 투자대상으로는 종말을 고했다”고 썼는데 주가는 이날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개구리와 럭비공 튀는 방향과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800 아래일 땐 역행주의자가 될 것을 고려해 봄 직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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