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전략]펀드매니저 2인의 투자전략 포인트

  • 입력 2002년 4월 10일 17시 28분


▼진득한 장기투자로 장수펀드 만들터▼

◇템플턴 투신운용 이해균주식팀장 인터뷰

“고객이 펀드를 사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사기 위해 지점을 찾도록 만들 것입니다.”

뮤추얼펀드 시장이 발달된 미국에서는 수명이 30∼40년을 넘고 규모도 수천억원대의 펀드가 많이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1년을 제대로 넘기는 펀드가 없고 투신운용사도 철마다 이름이 다른 신상품을 내놓고 있어 고객들은 자신이 어떤 펀드를 샀는지도 잘 모른다.

템플턴 투신운용의 이해균 주식팀장은 한국에서도 미국의 마젤란펀드와 같은 장수(長壽)펀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99년 2월 설정된 템플턴 그로스펀드는 누적수익률이 100%를 넘어섰다. 펀드가 만들어진지 3년이 넘었고 수익률도 최고수준이어서 충분히 고유브랜드로 키워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1호 판매기관인 씨티은행이 독점판매권을 주장함에 따라 ‘템플턴 그로스’ 명칭을 유지한 채 2, 3, 4호, 골드그로스를 펀드를 추가로 판매했다.

이 팀장은 “템플턴의 기본철학은 장기간에 걸친 가치투자이기 때문에 증시상황이 변동하는 데 따른 단기수익률을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며 “한번 펀드에 가입하면 평균 5년, 적어도 1년 이상은 유지하는 고객을 상대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장과 기업가정신이 합리적으로 변화했고 이것이 현재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도 미국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주식투자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채권투자수익률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수펀드는 장기투자가 기본이다. 미국의 경험에서도 증시의 수급과 전망 등에 따라 주식을 자주 사고 파는 것보다 저평가주식을 골라 장기투자하는 것이 훨씬 수익률이 좋았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이것이 장수펀드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템플턴의 펀드매니저들은 주식단말기를 잘 보지 않는다. 저평가종목 발굴이 우선이고 매매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한다. 그러다보니 템플턴에서 애널리스트 경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팀장도 살로먼스미스바니(SSB)와 HSBC에서 통신과 전기·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를 지냈고 펀드매니저 경력은 1년여밖에 안됐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전자업종 저력 충분 한국증시 전망 밝다”▼

◇대투증권 김재호 투자전략팀장 인터뷰

주식거래를 끝낸 이달 4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대투증권 15층 주식투자전략팀에는 펀드매니저 15명 가운데 자리를 지키는 펀드매니저는 3, 4명만 눈에 띄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한 업체라도 더 방문해 최고경영자(CEO)도 만나고, 재고 창고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저희 팀 철학입니다.” 김재호 투자전략팀장의 설명이다.

10조원을 굴리는 대형 투신운용사의 전략팀장인만큼 여름경 주가지수를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즉답 대신 올 들어 전 세계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을 보면 정답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뽑아든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중 터키 아르헨티나 한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순서로 주식시장이 되살아났다. 환율 때문에 주가가 오른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모두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었던 곳.

김 팀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에 우리가 목을 매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시장이 주저앉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더라도 3, 4년간 숨죽이던 동아시아 지역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만큼 한국경제, 특히 수출전선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

그는 또 한국 주가의 저평가현상도 주가상승의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거래소시장에서 18%(우선주 포함)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올 예상수익을 놓고 볼 때 주가수익비율(PER)은 8∼10배로 미국시장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 결국 반도체, 휴대전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 세계 1등을 하는 종목이 3개나 되는 초우량 기업이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잘 아는 외국인 투자자 등이 주식을 사들일 것인 만큼 시장 전체가 더 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김 팀장은 삼성전자의 오늘을 가능하게 만든 협력업체의 경쟁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품업체를 1등급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반드시 ‘돈이 되는’ 수준의 이익을 부품업체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키패드(번호누름판)를 만드는 유일전자를 꼽았다. 올 초 40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4일 현재 3만원선.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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