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LG전자 김쌍수 사장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27분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경남 창원의 LG전자 공장 사장실에 들어서자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이처럼 반겼다. 김쌍수(金雙秀·56)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 겸 사장은 그러나 일주일에 두 번은 서울로, 한 달에 한 번은 외국으로, 본인이 정작 ‘먼 길’을 ‘수고스럽게’ 다닌다.

“그래도 생활의 중심은 창원공장이에요. 현장경영이 중요하니까요.”

김 사장은 지난달 30일 구본무(具本戊)회장이 주재한 CEO(최고경영자) 회의에서 LG카드 경영진과 함께 ‘본받아야 할 모범 사례’로 공개칭찬을 받았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세계 에어컨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기 때문. 경영혁신을 위한 품질관리운동이 바탕이 됐다.

“1시간 가량 계열사 CEO들 앞에서 경영혁신사례를 설명했죠. 일단 공장의 칸막이를 없앴어요. 콘베이어 벨트의 길이는 크게 줄였습니다. 제품 만드는 공정과정과 부품이 줄어들수록 불량률이 떨어지고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전자레인지의 경우 사람은 3분의 1 줄어든 대신 생산성은 3배 늘었죠.”

워낙 자신있는 분야여서인지 그의 말은 그칠줄 몰랐다. “CEO들은 그러면 뭘 해야하느냐. 키워드는 ‘현장 속으로’입니다. 저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공장에서는 생산현장을, 서울에서는 백화점이나 용산전자상가 등 판매 현장을 갑니다. 얼굴 표정을 읽어야 의중을 파악하지요.”

LG전자 창원공장은 생산성 혁신 운동 덕분에 90년대부터 연평균 20% 이상씩 매출을 늘려왔다. 올해 매출목표는 4조2000억원. 90년 8000억원에 비해 5배가 넘는 실적이다.

“이렇게 성과가 난 것은 노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89년 파업이후 한 번 신뢰가 쌓이자 또 다른 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더군요.”

94년 국내 가전업계는 가격파괴 바람에 휩싸였다. 당시를 “5년동안 번 돈을 다 털어먹었던 때”로 김 사장은 회고했다. 그때 노조간부들이 나서서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98년 경제위기때는 환차익 덕분에 수출단가가 낮더라도 물량을 따올수 있었고 일감은 오히려 훨씬 늘었다. 한달 일하면 반년치 매출이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걱정이에요.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요. 최근 내부적으로 위기선언을 했고, 이제부터 영업이익률을 10%로 맞추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아웃소싱이 더욱 확대돼야겠지요.”

창원공장은 2005년까지 해외 아웃소싱 비율을 30%까지 늘릴 계획. 또 라틴아메리카 인도 중동 CIS(구소련 독립국가연합) 등지로 수출을 늘릴 방침이다. 창원공장 곳곳에는 ‘자원은 유한하지만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라는 뜻의 ‘資源有限智無限(자원유한지무한)’이라는 슬로건이 붙어있다. 쌍둥이와 유난히 인연이 깊은 LG(쌍둥이 빌딩, LG트윈스 등)에서 ‘일란성 쌍둥이’인 김쌍수사장이 어떤 비전을 그려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김쌍수 사장 프로필▼

▽45년 경북 김천 출신

▽69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69년 LG그룹 입사

▽96년 LG전자 전무, 6시그마 도입

▽98년 LG전자 부사장

▽2000년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

▽2001년 3월 LG전자 사장

▽좋아하는 책〓제임스도드슨의 ‘마지막 라운드’

▽좋아하는 영화〓타이타닉

▽즐겨먹는 음식〓생선회

▽싫은 음식〓스테이크

▽골프〓핸디 16

▽주량〓소주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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