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채수삼 금강기획 사장 "어려울수록 광고투자가 힘"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9분


금강기획이 제작한 현대증권의 ‘유, 퍼스트(You, First)’ 광고는 최근 10여개 소비자단체가 참여해 선정한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 대상을 받았다. 금강기획은 지난해 라이코스코리아 비씨카드 등 35개 광고주(전면대행 기준)를 새로 영입해 광고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약진세를 보였다.

경기침체 여파로 광고시장도 위축 기미가 뚜렷하지만 금강기획은 불황의 그림자에서 한발짝 비켜나 승승장구하고 있다.

금강기획 채수삼(蔡洙三·58·사진) 사장은 “광고주의 이익에 철저히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뛴 덕택”이라며 “특히 광고의 생명인 크리에이티브(창의력) 경쟁에서 ‘2등은 꼴찌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짜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광고, 기업의 매출증대로 연결되는 광고가 좋은 광고입니다. 아무리 화면이 화려하고 카피가 그럴듯해도 광고주들의 영업에 도움이 안된다면 낙제입니다.”

채사장의 광고 철학은 명쾌했다. 그는 “광고주가 어려운 여건에서 투자한만큼 광고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내야 한다”며 “문화적 요소가 바탕이 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광고는 예술이 아니라 마케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모델만 뜨고 상품은 잊혀지는 광고를 가장 나쁜 광고로 꼽는다.

68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채사장은 현대정공과 현대건설 부사장을 거쳐 94년 금강기획 사장으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채사장의 승용차 트렁크에는 임페리얼 양주, 보해 소주, 삼양 수타면, 옥시 불스원샷, 크라운제과 국희 등 갖가지 상품이 가득 실려 있다. 금강기획이 광고를 대행하는 제품들이다.

술집에서는 당연히 임페리얼 양주와 보해소주를 주문한다. 없다고 하면 트렁크에서 술병을 꺼내 주인에게 선물하면서 “많이 팔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은 때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면 당장은 한숨을 돌리겠지만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져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며 “남들이 광고를 안하는 불황기에는 오히려 적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중반 어려움에 빠졌던 독일 아디다스사의 경우 프랑스 광고회사가 인수한 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재기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

채사장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마케팅을 게을리하는 기업을 오래 기억해주지 않는다”며 “기업은 불황이든, 호황이든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사장은 광고대행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영업현장의 맨 앞줄에서 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20여개의 각종 모임에 겹치기 출연하는 것은 잠재 광고주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

그는 “사원들이 마음놓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감을 가져오는 것이 사장의 역할”이라며 “광고회사에 근무하니까 두뇌 회전이 빨라지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