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2D의 시야 한계 극복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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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유창식 교수가 말하는 3D복강경 수술
국내 대장암 수술 60∼70% 복강경 수술로 이뤄져
개복 수술에 비해 통증-상처-감염 적고 회복기간 짧아 많이 시행
최대 100도까지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카메라 장착돼 “한층 더 정확하고 빠르게”

서울아산병원 유창식교수팀이 흉터는 최소화하면서 장기내부를 입체적으로 볼수 있는 3D 복강경시스템으로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유창식교수팀이 흉터는 최소화하면서 장기내부를 입체적으로 볼수 있는 3D 복강경시스템으로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의 복부에 0.5∼1.5cm의 작은 구멍을 3, 4개 내고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과 수술 도구 등을 집어넣은 후 의료진이 모니터를 보며 종양 등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복부를 5∼20cm가량 절개하는 개복 수술에 비해 흉터가 작고 수술 뒤 통증이나 감염 등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으며 회복시간도 짧다.

다만 외과 수술은 섬세하게 감촉을 느끼며 손을 움직여야 하는데, 복강경 수술은 장기를 제대로 감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야를 완벽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3D복강경 수술 등 최근 주요 병원에서 사용되는 첨단 수술 기법은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일본의 글로벌 의료기업으로 복강경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는 올림푸스가 개발한 3D복강경 시스템이 외과 의료진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병변(질병으로 변화된 조직)의 깊이나 조직과 장기 간의 거리 등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하좌우 네 방향으로 최대 100도까지 구부러지는 플렉시블(flexible) 카메라가 장착돼 장기와 병변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국내 대장암 관련 복강경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매년 600∼700건의 수술을 진행하는데, 이 중 60∼70%가량이 복강경 수술이다. 유 교수는 “최근 올림푸스 등에서 개발한 3D복강경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수술이 한층 더 정확하고 빨라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유 교수와의 일문일답.

Q. 3D복강경의 가장 큰 장점은….

A. 현재 주로 쓰이는 2D복강경은 입체적인 환자의 배 속을 평면의 모니터에 의존해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하지만 3D복강경은 눈으로 직접 해부학적 구조를 보는 것처럼 느끼면서 수술할 수 있다. 3D 영상이 매우 우수해 좁은 공간에서 복잡한 수술을 할 경우 굉장히 유용하다.

Q. 복강경 수술에 플렉시블 카메라가 사용돼야 하는 이유는….

A. 일반적으로 복강경 수술에 쓰이는 카메라는 일정 각도에서는 내부가 잘 안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올림푸스의 3D복강경 시스템에 장착된 플렉시블 카메라는 의료진이 원하는 부위에서 상하좌우로 구부려진다. 원하는 부위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어 좋다. 예를 들어 직장암 수술의 경우 골반 깊숙한 곳까지 카메라가 들어가야 하고, 수술 부위를 적절한 앵글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일반 카메라가 못 잡는 앵글도 생기는데 이때 플렉시블 카메라는 그러한 앵글도 잡아낼 수 있다.

Q. 우리나라에서 복강경 수술이 많이 시행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국내에서는 전체 대장암 수술의 60∼70%가 복강경 수술로 이뤄진다. 전 세계에서 복강경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고 섬세한 것처럼 외과 의사들도 손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또 복강경 장비가 젓가락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등 동양 의사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Q.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더 좋은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A. 복강경 수술이 상대적으로 통증이 덜하고, 상처도 작으며, 감염 등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적고, 회복기간이 짧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암 치료 수술 성적이 개복 수술과 같거나 더 좋을 때에만 복강경 수술의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하루 먼저 퇴원하고 직장에 빨리 복귀했지만 생존율이 떨어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04년부터 미국 등지에서 대장암 진행암의 경우 개복과 복강경 수술 간의 생존율, 회복률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장암에 있어서 복강경 수술이 활성화됐다. 직장암 역시 2010년 이후 두 수술 간의 성적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복강경 수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와 암의 진행 정도 등 다각도로 살펴본 후 복강경 수술을 할지, 개복수술을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무조건 복강경 수술만 맹신하는 건 위험하다.

Q. 앞으로 3D복강경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는가.

A. 예상했던 것보다 적응이 쉽고 효과가 매우 좋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장항문외과뿐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다만 과학적으로 검증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3D복강경 수술이 생존율, 회복률 등에서 다른 수술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근거가 있어야 암 수술로서의 가치가 있다.

물론 3D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하면 다른 복강경 수술에 비해 원근감과 입체감이 좋기 때문에 좀 더 정교하게 잘할 수 있다. 특히 봉합 같은 고난도 동작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위험도를 줄인다고 일반화하기에는 좀 더 근거를 쌓아야 한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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