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세계 수면문화 컬렉션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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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사로 살펴보는 엉뚱한 인문학 ❶
세계 수면문화 컬렉션

세계의 수면문화를 보면 정말 가지각색의 모양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세계 수면문화에는 우리가 몰랐던 삶의 다양성과 독특한 문화가 숨겨져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보자.

에디터 임준 자문 신홍범 원장(코슬립수면센터)

남극의 황제펭귄은 서서 잠을 잔다고 한다. 접촉을 피하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알래스카의 에스키모는 잠을 잘 때 보온과 습도조절을 위해 알몸에 모피를 두르고 잔다. 파푸아뉴기니의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돗자리 위에서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펭귄에겐 침대가 필요 없을 것이고, 에스키모에겐 잠옷이 필요 없고, 파푸아뉴기니에선 이불이 필요 없다. 그럼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낮잠의 건강학

세계적으로 낮잠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휴식을 통해 오후의 능률을 높인다는 주장과 시간낭비라는 입장이 팽팽하다. 최근의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낮잠을 줄여가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창 일할 시간에 잠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은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포르투갈,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몰타 등 생각보다 많은 나라가 낮잠을 자고 있고, 중국의 경우는 ‘우지아오’라고 해서 낮잠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중학교까지 국가에서 낮잠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정도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기온이 매우 높고, 더운 지방 특유의 과식문화가 있어 오후에는 졸음이 쏟아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수면의학 전문의 신홍범 원장은 낮잠의 경우 20분을 넘기면 깊은 수면이 되어서 리듬을 끊기게 되고, 회복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려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점심 식사 후에 20분 내의 짧은 단잠은 개운하고 활력을 준다고 하니 추천해볼 만하다.


텐트 문화, 이동의 운명학

전통적으로 아랍의 민족들은 유목하는 민족들이다. 현대문명이 들어오고 정착해 사는 경우가 보편화됐지만, 아직도 사막을 돌아다니며 전통을 고집하는 민족이 있다. 몽골의 대평원 또한 그러한데 그들은 멈추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 중동의 베두인족, 그리고 몽골족이 그들이다.

베두인족은 해가 떨어지면 낙타와 양 떼를 정리하고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한다. 램프를 지주에 매달고 모래에 깐 카펫 위에 비스듬히 앉아, 차와 커피를 마시면서 쏟아지는 사막의 별을 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잠드는 그들은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낭만 부족임에 틀림없다.

게르라는 텐트를 만들어 살아가는 몽골족 또한 대평원 위에서 유목하며 살아간다. 게르 안에는 신에 대한 경외감과 부족의 안녕을 위해 불단을 반드시 세우는 것이 전통인데, 잠들면서도 신의 가호를 통해 밝은 미래를 다짐하는 긍정적인 수면 문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목하며 이동을 하는 두 부족은 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며 매일 밤잠이 든다. 날이 밝고 그들을 이끄는 대자연의 운명대로 그들은 또 어디론가 이동해 간다.


부적의 힘, 주술의 심리학

드림캐처(dreamcatcher)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만든 것으로 고리를 기본으로 한 수제 장식이다. 거미집 모양의 성긴 그물이 내장된 깃털과 구슬 등 독특하고 신성한 소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버드나무로 만들어진다. 지니고 있으면 악몽을 잡아주어 좋은 꿈을 꾼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수면에 대한 순박한 주술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걱정인형(worry doll)은 과테말라에서는 걱정과 공포로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이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이 인형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갖고 싶은 인형 중에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두렵고 걱정이 태산인 삶을 살아간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삶은 고달프다. 그럴 때 드림캐처나 걱정인형에게 맡겨보자. 누군가 대신 걱정해준다면 나는 편안히 잠들 수 있다.


해먹(hammock)의 경제학

서유럽 사회가 처음으로 해먹을 알게 된 것은 1492년이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세계를 찾다가 바하마에 도착하여 원주민들이 해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유럽으로 돌아가면서 해먹 몇 개를 가지고 왔으며, 한 세기도 지나기 전에 해먹은 유럽의 뱃사람들에게 일반적인 물품이 되었다.

당시의 비좁은 배 안에서는 걸었다가 사용 후에 바로 뗄 수 있는 해먹의 인기가 높았다.

다른 형태의 침대에 비해 해먹은 배가 위아래 좌우로 흔들거리고 기울어지는 와중에도 중력의 방향을 유지함으로써 선원들이 배
의 흔들거림과 조화를 이루는 역설적인 안정감 속에서 잠잘 수 있게 해주었다.

면·마·나일론 등의 끈으로 그물처럼 뜬 것이 보편적이다. 손쉽게 접어 정돈·간수하기에 편하며, 습기
를 방지하므로 군함·상선·캠프용 침구, 유아의 요람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크기는 길이 3m, 나비 1m가 보통이다.

500년이 넘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또한 해먹의 경제성일 터이다.

그리스에서는 결혼식을 마치면 하객에게 설탕이 입혀진 아몬드를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 아몬드를 자기 전에 베개 밑에 두면, 꿈속에서 미래에 결혼하게 될 운명의 상대를 보게 된다고 한다.

그리스의 미혼남
녀는 꿈에서 정말 운명의 상대를 보게 될까?

세계 수면 문화는 독특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수면문화는 아름다운 삶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박함을 품고 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삶의 의지가 오랜 세월 속에 녹아있다. 생활사로 살펴보는 엉뚱한 인문학, 수면사를 보니 세계가 보인다. 신기한 일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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