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물질 〉자연이 만든 생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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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 지은 건물-도로 등
인공물 총질량 1조1000억t 돌파
전세계 나무 합친 것보다 많아

인간이 세운 건물과 도로가 가득 들어찬 서울의 모습. 인간이 만든 물질량이 매년 가파르게 늘며 올해 전 세계 생물 질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인간이 세운 건물과 도로가 가득 들어찬 서울의 모습. 인간이 만든 물질량이 매년 가파르게 늘며 올해 전 세계 생물 질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한 인공물의 총질량이 자연이 만들어낸 지구상 생물의 총질량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는 지금도 세계 인구 전체의 체중보다 무겁고 많은 양의 건물, 도로, 플라스틱 등 인공물을 매주 생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론 밀로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식물 및 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인공물의 총질량이 현재 전 세계 생물의 총질량인 약 1조1000억 t을 올해 처음으로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구에서 인간은 전체 생물의 0.01%에 불과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약 1만 년 전 농업 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간은 삼림 벌채와 토지 이용 등으로 전 세계 식물을 빠르게 파괴했다. 1만 년 전 2조 t에 달했던 총 식물량은 현재 1조 t 수준으로 줄었다. 식물량이 줄면서 현재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의 총량은 약 100억 t에 불과하다.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이 커지면서 과학자들은 최근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정의해 분류할 정도다.

연구팀은 인간의 영향을 정량화하기 위해 190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생물량과 인공물 총질량의 변화를 추정했다. 문헌 조사와 위성을 활용한 원격 관측, 모델링을 거쳐 생물량을 추정했다. 인공물은 인간이 만든 고체 형태의 무생물로 정의했다. 인간이 만든 식량이나 가축은 생물량에 포함하고, 나무를 가공해 만든 목재는 인공물로 취급했다.

분석 결과 1900년 인공물의 총질량은 생물량의 3%에 불과했다. 그러다 건물과 도로, 기계와 같은 인간의 생산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공물 총질량은 2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났다. 올해까지 인간이 지구에 지은 건물과 도로는 약 1조1000억 t으로 전 세계 나무의 총질량인 9000억 t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총질량도 80억 t으로 전 세계 동물 총질량인 40억 t의 2배에 달했다.

인공물을 구성하는 성분 중 대부분도 건물을 구성하는 모래, 자갈 같은 골재와 콘크리트였다. 1950년까지 건물의 주재료였던 벽돌이 전체 인공물의 25%를 차지했다. 이후 건물에 콘크리트가 쓰이면서 콘크리트와 골재의 비율이 급속히 늘었다. 콘크리트의 비율은 1900년 5%에서 올해 45%로 늘었다.

인공물 생산량의 증가율은 세계적 사건의 흐름과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2%에 그쳤던 연간 생산량 증가율은 이후 5%까지 높아졌다가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3%대로 내려앉았다. 이후에는 비슷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인간은 연간 300억 t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계 모든 인간이 매주 자신의 체중 이상을 생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은 인공물 중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제외한 결과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 중 소각과 재활용을 거친 경우를 제외한 양을 포함하면 인공물 총질량은 2013년 이미 전 세계 생물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20년 뒤인 2040년에는 인공물 총질량이 지금의 약 3배인 3조 t을 넘길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밀로 교수는 “지구가 인류세로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경계선을 보여준다”며 “눈앞에 다가온 충격적인 결과에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인간#물질#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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