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 원리의 재발견… 햇빛 이용해 수소-알코올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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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광합성 모방한 ‘인공광합성’…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술로 주목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16년 개발한 인공광합성 장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알코올을 만든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16년 개발한 인공광합성 장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알코올을 만든다. KIST 제공
햇빛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알코올 등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로 바꾸는 ‘인공광합성’ 기술이 최근 잇달아 성과를 내며 상용화에 다가섰다. 인공광합성은 식물이 햇빛을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영양분인 포도당으로 바꾸는 광합성 작용을 흉내 낸 기술이다. 별도의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유용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데다 기후변화를 일으킬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중간에 부산물로 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어 궁극의 친환경 생산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광합성은 에너지원인 ‘햇빛’을 물질 생산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태양전지를 이용해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꾼 뒤 이 에너지로 물질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가장 널리 활용된다. 두 번째는 광전기화학전지를 이용해 태양광에서 바로 에너지가 큰 전자를 만들어 화학반응에 쓰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식물의 광합성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돋보기로 빛을 모으듯 높은 열을 만들어 반응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가운데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꾼 뒤 이용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물질 생산에 두루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 단계까지 이른 기술은 없다. 23일에는 주오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이 태양광을 전기로 바꾼 뒤 물질을 합성하는 방법보다 태양광에너지로 직접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분야의 ‘대세’가 빛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인공광합성의 ‘열쇠’는 빛을 받을 경우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다. 이산화타이타늄이 주로 연구되고 있는데, 안정성이 떨어져 쉽게 손상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인공광합성은 물을 수소로 분해하는 과정과 이산화탄소에 전자를 공급하는 과정(환원)이 두 과정으로 이뤄져 있는데, 한 과정에서는 유용한 촉매가 다른 과정에서는 효율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합성 효율이 낮아지는 일도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이산화타이타늄에 다른 기술을 더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먼저 ‘원료’인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확보해 ‘물량공세’로 변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있다. 윤경병 서강대 인공광합성연구센터장(화학과 교수)은 2015년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다공성 물질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불순물이 섞인 수돗물을 쓸 때 광합성 효율이 낮아지는 단점을 해결한 연구도 있다. 민병권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팀은 수돗물에 불순물이 있어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새로운 구조의 광촉매를 8월 개발했다.

윤 센터장은 “현재 인공광합성은 받아들인 태양에너지의 3% 정도만 물질 합성에 쓰는 수준”이라며 “이 효율을 10% 정도로만 끌어올리면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인공광합성연구센터를 만드는 등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며 “10년 내로 효율을 끌어올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인공광합성#한국과학기술연구원#태양광#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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