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잔소리가 암 발병 막는다? 예방수칙 대부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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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잔소리가 암을 막는다

2013년 5월 세계적인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에 걸린 것도 아닌데, 유방암을 일으키는 브라카(BRCA)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손을 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암 예방을 위해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과감히 포기한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앤젤리나 졸리는 개인적으로 암을 관리한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암은 이미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암을 사회적인 관심 대상으로 정하고 정부와 관련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전제조건은 연구-치료-관리를 하나로 묶는 통합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한국은 1996년부터 암정복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암 관리를 해오고 있지만 연구-치료-관리를 하나로 묶는 시스템이 없어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다.

올 3월에 문을 연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바로 그 점에 착목해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암 관리'에 도전하고 있다. 김인후 대학원장을 만나 암과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모태라고도 할 수 있는 국립암센터는 2000년 설립 이후 암 연구와 치료, 국가 암 관리 지원을 하면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암센터가 국립이기에 한국의 암 관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대학원은 지금까지 암센터가 연구소, 병원, 암관리사업본부와 함께 축적해온 '한국의 암 관리 노하우'를 국내외에서 온 학생들에게 가르침으로써 암 연구와 암 관리의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암 관리의 통합적인 노하우를 더욱 발전시키고, 암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원 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
"통합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국립암센터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우리대학원에는 겸임교원이 전임교원보다 3배나 많은데 전부 국립암센터에서 암 환자를 돌보는 의사나 연구진들이다. 이들은 필요한 과목을 스스로 개설하고 학생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연구에 도움을 주는 등 여느 대학의 겸임교원과는 다르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국립암센터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둘째, 학생들은 과에 관계없이 암 관련 기초와 암 관리 분야의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한다. 2017학년도에 암관리정책학과와 시스템종양생물학과를 통합한 박사과정이 생기면 제도화될 것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하고 암관리정책학과에 재학 중인 김이래 씨는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는데 마음대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통합교육 덕에 졸업 후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학원의 특징인 '통합적 교육'을 할 수 있는 전임교원은 누가 있는지.
"스웨덴 국적의 린드로스 교수는 유전체 연구의 권위자로 독일 암 센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김연희 교수는 일본 도쿄대에서 생물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엠디엔더슨 암센터에서 조교수로 일했다. 라이슨대학 MBA 출신이기도 해 지금은 신약개발 과정을 가르치고 있지만 박사과정이 생기면 '지식재산권 이전'에 대한 강의도 할 예정이다. 암 치료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은 약에 대한 지식은 물론 약의 상품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지식재산권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학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통계학을 전공한 후 임상연구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는 남병호 교수 등 여러 명이 있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강점 중 하나는 교수가 학생보다 많다는 것. 교수진은 석좌교수 2명, 전임교수 11명, 겸임교수 32명 등 45명에 달하는데 재학생보다 10명이나 많은 인원이다.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암관리학과를 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소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학생들 취업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만약 한국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가연구원 입사나 박사과정 진학을 유도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외국학생들은 대부분 자기나라로 돌아가 암 관련 전문가 역할을 할 것이다."

-35명의 학생 중 외국인 학생이 14명이다.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수업을 받는 데는 지장은 없는가. 학생 선발과정과 장학금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외국 학생들이 많은 것은 국립암센터가 지금까지 쌓아온 암 연구와 관리 능력을 외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데 이 영향을 받아서 동남아시아 출신 유학생이 많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무료 기숙사, 장학금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도 수업을 듣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학생들도 문·이과 제한 없이 선발한다. 지금까지는 면접이 당락을 갈랐지만 내년부터는 에세이도 볼 예정이다. 영어 시험은 따로 보지 않지만 토익 700점, 텝스 550을 비롯해 TOEFL, IELTS 등에 각각의 기준이 있다. 장학금은 학생들 거의 전부가 받는다고 보면 된다. 모든 신입생들은 첫 학기에 45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원받는다. 두 번째 학기부터는 성적장학금과 국제장학금 등을 받을 수 있다. 매 학기말 장학금위원회를 열어 많은 학생들이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성적기준을 정한다. 올 3월 입학한 신입생 모두 성적장학금을 받았다."

김인후 원장은 서울대 의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암 기초연구의 권위자다. 동아대 의대 교수를 지낸 뒤 2001년부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다 초대 대학원장을 맡았다. 암 권위자를 만난 김에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암 예방 수칙에 대해 물어봤다.

김 원장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일반적인 조언과 함께 "'엄마 잔소리'를 들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암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걸리므로 한 가지만 주의한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 '담배 피우지 마라' '음식 골고루 먹어라' '술 너무 마시지 마라' 등등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하는 여러 잔소리에 암 예방수칙의 대부분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김 원장은 한국의 암 완치율(치료 후 5년 생존율)이 67%에 이를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설사 암에 걸렸다 하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암은 사형선고가 아니라 극복하고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암과의 동행'이 가능하도록 국제암대학원대학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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