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으로 뇌 100% 활용 슈퍼맨 변신… 영화속 초능력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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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시’에서 여주인공 루시는 합성 마약의 힘으로 뇌를 100% 활용하며 다양한 ‘초능력’을 선보인다(왼쪽 사진). 영화 ‘닌자터틀’에 등장하는 주인공 거북은 실험용 약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과 체구를 얻었다. UPI코리아·CJ E&M 제공
영화 ‘루시’에서 여주인공 루시는 합성 마약의 힘으로 뇌를 100% 활용하며 다양한 ‘초능력’을 선보인다(왼쪽 사진). 영화 ‘닌자터틀’에 등장하는 주인공 거북은 실험용 약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과 체구를 얻었다. UPI코리아·CJ E&M 제공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몸속에 마약이 퍼진 주인공. 그녀는 이후 ‘초능력자’로 변신한다. 라디오 전파를 엿들어 정보를 빼내고, 갑자기 외국어(한국어)를 알아듣는가 하면, 평생 처음 해보는 자동차 운전도 레이서 뺨치게 잘한다. 인간을 ‘슈퍼맨’으로 만드는 마약은 실제로 있는 걸까.

○ 인간의 뇌는 항상 100% 가동 중

영화 ‘루시’에서 마약 운반책인 주인공 루시는 배 속에 합성 마약을 숨기고 가다가 마약을 담아 놓은 봉지가 터지면서 약물의 영향으로 자신의 뇌를 100% 활용하게 된다. 이때부터 루시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평소 10% 정도만 작동하던 뇌가 마약의 영향으로 100%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2011년 개봉한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에도 등장한다. 가상의 신약을 먹은 주인공은 하루에 하나씩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소설책 한 권을 순식간에 써버린다. 평소에 쓰지 않던 뇌 기능을 100% 활용하면서 범인(凡人)에서 초인으로 변신한 셈이다.

임현호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사람이 평생 뇌의 10% 정도만 사용한다고 알려졌는데, 최근 이런 내용이 틀렸다는 게 뇌 과학계의 상식”이라며 “인간은 공부나 운동 등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고 딴생각을 하거나 꿈을 꿀 때도 뇌를 계속 움직인다”고 말했다.

인간이 뇌를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1920, 30년대 진행됐던 일부 실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의 신경학자였던 칼 래슐리 박사는 쥐의 뇌를 상당 부분 제거한 뒤에도 쥐가 특정 기능을 학습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이후 사람도 뇌의 일부만 사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 주장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뇌 신경학자인 에릭 천들러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 “인간이 뇌를 10%만 사용하고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고 오히려 100% 활용하고 있다”며 “영화 ‘루시’도 이런 낭설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뉴스에서 이런 기사를 보면 나에게 전달해 달라”며 e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한편 중추신경 흥분제로 분류되는 일부 마약류는 실제로 뇌 기능을 일정 수준 끌어올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신경 기능을 향상시켜 집중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커피의 카페인이나 담배의 니코틴, 초콜릿의 잔틴 등을 약한 중추신경 흥분제로 분류한다. 카페인은 단기간의 운동 능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체내 지방산 이용을 촉진해 지구력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유전자 조작으로 몸집 키우는 건 불가능

영화 ‘닌자터틀’에는 돌연변이로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과 운동 능력을 갖게 된 거북 4마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실험용 약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사람처럼 체구가 커지고 무술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돼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묘사한다.

과학자들은 약물이나 방사선이 일부 유전자 변형을 초래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동물을 몇 년 사이에 몇 배씩 몸집을 불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철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복잡한 생물의 유전자 지도를 조금씩 알아내고 있는 수준”이라며 “여러 세대에 걸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생명과학계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일부 유전자의 기능을 강화시켜 후손에게 물려주는 연구가 활발하다. 가령 식물 종자에 방사선을 쏘여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그 자손 중 유리한 형질로 바뀐 종만을 골라 대량으로 재배하는 식이다. 동물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면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복제돼지를 생산하는 기술도 같은 맥락이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영화#루시#마약#뇌#유전자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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