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의사가 본 드라마속 ‘장파열 복막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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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수개월후 복막염 드문 일

평균 시청률 40%대를 올린 국민드라마 ‘내 딸 서영이’(KBS2). 드라마 막바지에 이르러 주인공 서영이의 아버지 이삼재는 복통을 호소하다 응급실로 실려 간다. 병명은 ‘복막염’이다. 서영이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할 위기에 놓인 사위를 밀쳐내면서 차에 옆구리를 치인다. 사고를 겪고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았고 이 때문에 복막염이 생겼다. 수술은 잘 마쳤지만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등 상태가 악화돼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복막은 우리 몸의 복강(腹腔) 내 여러 장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이다. 이 부위에 염증이 발생한 것을 ‘복막염’이라고 한다. 복막염은 경과에 따라 급성과 만성, 원인에 따라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뉜다. 위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나 자궁외 임신 등으로 인한 급성 복막염, 결핵이나 암이 원인인 만성화된 복막염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흔히 알려진 복막염은 위나 장에 구멍이 나는 감염성 급성 복막염인 때가 많다. 특히 맹장염을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맹장에 구멍이 뚫리면서 복막으로 세균이 번지게 돼 복막염을 일으킨다. 이때는 참기 힘들 정도의 고통과 함께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이르므로 즉각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드라마에서 서영이 아버지에게 내린 의사의 진단은 ‘장 파열로 인한 복막염’이다. 장이 터져서 구멍이 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장 속의 지저분한 내용물이 장 밖으로 나오면서, 주변 장기를 더럽히고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서영이 아버지가 걸린 복막염의 원인은 수개월 전 일어난 교통사고 후유증이다. 이 설정에 대해 박윤아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차에 치였다든지 맞았다든지 등의 둔상으로 인한 장 파열은 그 즉시 복통을 호소하진 않더라도 이틀 정도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러나 48시간 이후에는 대부분 별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한다. 서영이 아버지처럼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개월이 지나서 복막염이 나타나는 사례는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환자가 둔상 당시 별다른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틀 정도 입원해서 의사의 집중적인 관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에 구멍이 나서 복막염이 생겼을 때는 수술을 통해 원인 부위를 치료하고 복강 속의 염증을 가라앉혀야 한다. 고령 환자는 염증이 폐로 번져서 폐렴이 올 수 있다. 이때는 숨 쉬는 게 힘들어지면서 호흡 곤란이 오게 된다. 서영이 아버지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이런 상황이 악화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드라마#장파열 복막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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