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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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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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맞춤요금제 도입

SK텔레콤의 스마트폰 고객인 주부 김형자 씨(54)는 월 4만5000원 정액요금제를 쓰고 있다. 음성통화 200분, 문자메시지(SMS) 200건, 데이터 500메가바이트(MB)까지는 추가요금이 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매달 남는 데이터 사용량을 보면 아깝기 짝이 없다. 문자도 200건을 채우기 어렵다. 음성은 늘리고, 데이터를 줄이면 좋겠지만 정액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보조금 혜택이 줄어든다고 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발표한 ‘이동통신 요금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방안’에 따르면 우선 기본료 1000원이 줄어든다. 김 씨의 월 요금제는 9월부터 4만5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바뀐다. 매달 기본료 1000원이 빠지기 때문이다. 월 1000원어치에 해당하는 SMS 50건도 공짜로 더 쓸 수 있다. 7월부터 ‘맞춤형 요금제’가 시행되면 김 씨처럼 주로 음성통화만 하는 사람들은 3만5000원 요금제를 선택한 뒤 모조리 음성으로만 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요금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기본료 인하로 연 3120억 원 △SMS 무료 제공으로 1770억 원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로 2080억 원 △선불요금제 할인으로 160억 원 △초고속인터넷 할인으로 350억 원 등 총 7480억 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거꾸로 보면 이 금액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고객 수(약 2600만 명)로 나누면 1인당 연간 약 2만8600원, 4인 가족 기준으로 11만4000원 정도의 통신요금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통신업계는 “기본료 인하에 다른 대책까지 모두 더하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당장 차세대 통신망 투자에 지장이 있을까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학생 박문근 씨(26)는 “잔뜩 기대했었는데 고작 기본료 1000원을 내린다고 해 실망했다”며 “특히 무료문자 50건은 ‘카카오톡’ 같은 공짜 메신저를 쓰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방통위의 발표에 따라 휴대전화를 사는 경로도 달라진다. 사용자들은 굳이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하이마트 같은 양판점이나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산 뒤 이동통신사를 선택해도 된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른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기기를 팔지 않고, 통신사에 팔았다. 통신사는 제조사와 함께 휴대전화 보조금을 정한 뒤 자사(自社) 대리점을 통해 ‘약정할인’ 제도 등을 붙여 소비자에게 팔아 기기와 통신사 선택의 자유를 제약했다.

이번 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방통위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물가안정을 위해 올해 3월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인하 방안을 모색해 왔다. 당초 발표 예정 시기는 지난달 중순. 그러나 한나라당이 당시 방안을 보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으면서 진통을 겪었다. 결국 방통위가 SK텔레콤을 압박해 기본료 1000원 인하를 추가로 끌어내면서 2일 겨우 결론이 났다.

다른 통신사들도 눈치를 보며 기본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9월까지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지만 결국 인하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다른 통신사보다 요금이 낮은 편”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당이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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