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구 급증… 한국인, 정말 뚱뚱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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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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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변화와 BMI(체질량지수)해석

《한국인 3명 가운데 1명은 뚱뚱하다. 체질량지수(BMI)가 25(kg/m²) 이상인 비만 인구는 2008년 30.7%를 차지했다. 새해 계획으로 다이어트와 운동이 빠지지 않지만 비만 인구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특히 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인구 비율이 1998년 2.3%에서 2008년 4.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BMI를 기준으로 한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비만을 터부시하는 ‘비만 포비아’ 문화가 심각하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료사회학)는 “나날이 비만이 늘고 있다는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조금만 몸무게가 늘어도 불안해진다”며 “한국사회 역시 날씬하지 않으면 게으르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한국인 3명 가운데 1명은 뚱뚱하다. 비만 인구가 늘다 보니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강하다.하지만 한국인이 정말 뚱뚱해졌는지는 논란거리다.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체질량지수(BMI)가 부쩍 커진 한국인의 체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인 3명 가운데 1명은 뚱뚱하다. 비만 인구가 늘다 보니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강하다.하지만 한국인이 정말 뚱뚱해졌는지는 논란거리다.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체질량지수(BMI)가 부쩍 커진 한국인의 체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지나친 다이어트가 더 위험

지난해 2∼5월 연세대 한국 학생 96명과 외국 학생 69명을 대상으로 BMI와 자아존중감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한국 남학생의 평균 BMI는 22.3이고 외국 남학생의 평균 BMI는 22.4로 비슷하다. 하지만 자기 몸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한국 남학생은 2.8점(5점 만점)에 불과한 반면 외국 남학생은 3.7점이었다. 한국 여학생도 BMI가 19.6으로 외국 여학생 21.4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자기 몸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외국 여학생이 3.3점으로 한국 여학생(2.25)보다 1점 이상 높았다.

비만이 아닌 적절한 BMI를 가진 청소년이 본인이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왜곡도 심각하다. 한지혜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BMI가 정상인데도 본인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심한 다이어트를 한다. BMI가 18 이하인 저체중도 23 이상인 과체중과 마찬가지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한국인 체형, 동양인보다 서양인에 가까워졌는데…

한국인은 정말 뚱보가 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조차도 논란거리다. 기술표준원은 한국인의 성별, 연령대별 신체치수를 조사하는 ‘사이즈 코리아’ 사업을 1979년부터 시작해 5∼7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한국인의 체형 변화는 극적이다. 30∼34세 한국 남성을 기준으로 보면 평균 몸무게는 1979년 60.8kg에서 71.5kg(2004년), 72.4kg(2010년)으로 늘었다. 평균 키는 1979년 166.1cm에서 171.3cm(2004년), 174cm(2010년)로 8cm가량 커졌다. 일본인 170.5cm, 이탈리아인 171.4cm보다 크고 오히려 미국인 175.9cm, 독일인 175cm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BMI는 아시아태평양 기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동양인 기준 BMI는 과체중(23∼25), 비만(25∼30), 고도비만(30)이다. 반면 서양인 기준 BMI는 30부터 비만으로 진단한다. BMI가 25라면 한국인은 비만이고 서양인은 정상이다. 한국인의 평균 키와 체중이 서양인과 비슷한 수준에 올랐음에도 과거 BMI를 적용하다 보니 비만율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윤기 바람성형외과 원장은 “비만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체지방도 늘고 있는 추세여서 BMI를 서양인 단계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현행 BMI를 적용하면 체형이 완전히 서구화한 청소년은 비만도가 매우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현행 BMI는 2000년 발표된 것으로 비만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BMI 25가 넘으면 2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에 기반하고 있다”며 “10년이 지난 만큼 새로운 연구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만은 체지방, 복부둘레도 측정해 종합적으로 진단하므로 BMI에 너무 민감해할 필요도 없다. 김정환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BMI가 24.9면 비만이 아니고 25면 비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비만합병증의 가능성을 보기 위한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므로 BMI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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