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주니어호 해양탐사 중단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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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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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 웨이크섬서 좌초
“美 서 퇴거요청… 일단 철수”

2008년 10월 다윈의 비글호 항해를 따라 해양 탐사에 나섰던 권영인 박사의 장보고주니어호가 올 3월 초 서태평양 웨이크 섬 부근에서 좌초돼 탐사가 중단됐다. 장보고 주니어호는 현재 웨이크 섬에 남아있다. 사진 제공 권영인 박사
2008년 10월 다윈의 비글호 항해를 따라 해양 탐사에 나섰던 권영인 박사의 장보고주니어호가 올 3월 초 서태평양 웨이크 섬 부근에서 좌초돼 탐사가 중단됐다. 장보고 주니어호는 현재 웨이크 섬에 남아있다. 사진 제공 권영인 박사
“천신만고하며 여기까지 왔고 조금만 더 가면 최종 목적지인 여수인데, 정말 아쉽습니다.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여기서 포기해야 하다니….”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2009년)을 맞아 2008년 해양 탐사에 나선 장보고주니어호가 서태평양 웨이크 섬에서 배가 좌초돼 탐사가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탐사대를 이끌며 웨이크 섬 미군기지에 머물고 있던 권영인 박사(49·자원탐사 전문가)는 지난달 30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의 파손 상태가 심하고 미군이 퇴거 요청을 해와 더는 항해를 계속하기 어려워 일단 철수하겠다”고 알려왔다. 권 박사와 권상수 이호근 대원 등 탐사대 3명은 31일 오전 9시 미군 C-130수송기 편으로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동한 뒤 1일 오후 5시 대한항공 KE052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08년 10월 9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 항을 출항한 지 540일 만이다.

지난해 12월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을 떠나 호놀룰루 항을 거쳐 마지막 기항지 일본 후쿠오카로 향하던 권 박사 일행은 3월 7일 오후 8시경 웨이크 섬 동남쪽 해상에서 사고를 당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암초를 피하려고 급격히 배의 방향을 트는 순간 선체가 오른쪽 90도 방향으로 쓰러진 것이다. 배는 3∼4m 높이의 거센 파도에 섬 쪽으로 떠밀려오면서 선체에 50cm 크기의 구멍이 나기도 했다. 구조요청 신호를 받은 미군은 즉각 구조반을 급파해 일행 3명을 구조하는 한편, 해안에 좌초된 장보고주니어호를 뭍으로 끌어올렸다.

권 박사 일행은 3주간 미군기지에서 머물며 배 수리 일정을 한국 외교통상부 및 미 국무부와 협의해왔다. 하지만 현지에는 배를 고칠 만한 민간 항만시설이 없는 데다 미군에서 배 수리에 필요한 기술자 출장료, 부품 구입비, 안전테스트 비용은 물론 권 박사 일행 3명의 체류비 전액을 지불하지 않는 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전해와 난관에 빠졌다. 권 박사는 나중에 비용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미군은 ‘지불을 보증할 확실한 제3의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기술자나 부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양측이 약 20일 동안 마라톤협상을 했지만 끝내 권 박사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미군은 지난달 26일 오후 권 박사 일행에게 3월 말까지 섬 밖으로 나가라는 강제 퇴거 명령을 내렸다. 권 박사도 양측 입장과 배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더는 항해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번에 귀국한 것이다. 장보고주니어호를 몰았던 지준명 선장은 “그동안 요트 항해자들에게 구조뿐 아니라 고장 났을 때도 최소한 편의를 제공해오던 웨이크 섬에서 벌어진 이번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박사가 90일 안에 미국 정부에 장보고주니어호의 수리와 재항해 일정을 밝히지 못하면 장보고주니어호는 미 정부에 압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박사는 귀국 후 향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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