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할머니 호흡 정상상태 유지…한달 넘기면 장기생존 가능성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박창일 연세대의료원장이 24일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지 이틀째를 맞은 김옥경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안정적인 자발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창일 연세대의료원장이 24일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지 이틀째를 맞은 김옥경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안정적인 자발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존엄사 조치 이후

폐렴 심장마비 부정맥 등 생명 위협 요소 많아
병원측 “안심할 단계 아니다”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결정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뗀 김옥경 할머니(77). 호흡기 제거 이틀째인 24일에도 김 할머니는 정상인과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후 10시 현재 김 할머니가 산소포화도 93%(정상 95% 이상), 분당 심박동 수 99회(정상 60∼100회), 호흡수 분당 21회(정상 18회)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하루 전 호흡기를 떼어낸 직후부터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박창일 연세대의료원장은 “앞으로 2주에서 한 달이 환자에게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시기만 무난히 버틴다면 존엄사 가이드라인 3단계(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만 무사히 넘기면 장기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호흡기를 떼면 3시간 내 임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던 당초 예상과 달리 김 할머니가 정상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난달 21일 대법원에서 사망임박 단계로 판단해서 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한 전제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원장은 “당시 대법원에서는 S병원과 A병원에서 사망임박 단계라는 내용으로 제출한 환자 상태 감정서를 토대로 판단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우리 병원은 ‘환자가 자발호흡이 없는 식물인간으로 사망임박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할머니가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발(自發)호흡이다. 당초 의료진은 자발호흡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몇 시간 안에 사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과 달리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김 할머니의 상태가 아직까지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는 “중환자이면서 나이가 많은 경우 폐렴에 걸리면 1, 2일 안에 사망할 수 있다”며 “장기간 누워 있는 환자는 혈전이 생겨 심장마비나 부정맥으로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할머니의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가래로 인한 폐렴 가능성이다. 가래가 쌓이면 기관지를 막는 기도폐색이 생길 수 있고 그 부분에 세균이 증가해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김 할머니가 출입이 제한된 중환자실에서 일반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1인실로 옮기면서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위험 요인이다.

박 원장은 “환자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 출입을 최대한 제한하겠다”며 “폐로 음식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환자 식사는 최대한 천천히 주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할머니에게는 정기적으로 영양이 공급되고 있으며 심장과 신장에도 손상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기더라도 인공호흡기를 넣거나 기관지를 절개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한편 환자 가족 측 신현호 변호사는 “김 할머니가 호흡기 제거 후 자발호흡을 하는 점으로 봤을 때 호흡기 부착은 분명한 과잉진료였다”며 “이로 인해 가족들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지난해 병원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이런 피해 사실을 추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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