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할머니가 흘린 눈물은…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23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병동 15층 1인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김옥경 할머니를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병동 15층 1인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김옥경 할머니를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족 “말 알아듣나 싶어 놀라”
전문가 “자극에 조건반사인듯”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누워 있던 김옥경 할머니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맏사위인 심치성 씨는 “호흡기를 뗀 후 눈을 깜박거리시고 눈물도 흘리셔서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제목으로 아내 간병기를 출판한 최종길 씨는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가 어느 날 눈물을 흘리고 눈을 깜박이자 “내가 누군지 알아보는 것 같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썼다. 의사는 그에게 “무의식적인 반응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건반사적 눈물’이라고 해석했다. 김 할머니의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는 “중환자실에 있을 때도 가래를 뽑아주는 석션(흡인)이나 기침으로 눈에 자극이 가면 눈물을 약간씩 비쳤다”면서 “눈물샘 조정 기능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눈에 간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뗀 이후에도 눈을 거의 감지 않고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민양기 한강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슬프거나 기쁠 때 중추의 영향을 받아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눈에 뭐가 들어가거나 눈 주위를 만져서 흐르는 반사적인 눈물”이라면서 “식물인간 상태뿐만 아니라 뇌사 상태에 빠져 의식이 없더라도 반사적인 눈물은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외상 또는 뇌중풍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신경과 다른 신경이 잘못 붙으면서 생기는 눈물도 있다. 이를 ‘크로커다일 티어(악어의 눈물)’ 증후군이라고 한다. 유용성 누네병원 원장은 “악어는 식사를 할 때 눈물을 흘리는데 이는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신경과 눈물을 관장하는 신경이 같이 붙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처럼 뇌 외상이 있는 사람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눈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