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40% 늘었지만… 돌볼 ‘손’이 없다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의료관광 허용 한달…‘글로벌 헬스케어’어디까지 왔나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해 외국환자 유치를 허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일선 병원 202곳, 에이전시 15곳 등 217개 기관에서 외국환자 유치업자 등록을 마쳤다.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급 전문병원이나 피부과 성형외과에도 외국환자의 문의와 상담이 급격하게 늘었다. 한 피부과는 이미 외국환자 진료수입만으로 매달 1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의료 전문 코디네이터나 통역사가 부족해 외국환자가 들어오더라도 서비스가 부실해 오히려 의료관광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의료기관도 있다. 본격적인 의료관광(글로벌 헬스케어)시대 한 달을 맞아 성과와 미비점을 점검해본다. 》

○ 한 달 만에 40% 이상 외국환자 증가

5월 한 달 동안 유치한 외국환자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소한 40%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0% 이상 외국환자가 증가한 병원도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환자가 발생해 의료관광에 다소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실제 일찍부터 의료관광에 뛰어든 병·의원들은 지난달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서울성모병원은 5월 한 달간 42명의 외국환자가 국제진료센터를 찾았다. 4월보다 1.5배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환자가 많았다. 서울성모병원은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사후 서비스를 계속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4월 13명의 외국환자가 방문했지만 5월에는 37명으로 늘었다. 미국 호주 헝가리 브라질 뉴질랜드에서 들어온 환자다. 인터넷 상담도 평소의 2, 3배나 늘었다.

인하대병원은 5월 이후 유치업자들로부터 매일 1, 2건의 상담전화를 받는다. 이 가운데 1건 정도는 실제 진료로 연결된다. 해외에서 직접 문의가 오기도 한다. 현재 러시아 미국 몽골 카메룬에서 8명의 중증 환자가 직접 수술 상담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대병원 강남 건강검진센터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LA사무소는 4월까지만 해도 검진을 받는 사람이 매달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5월 이후 7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의료관광이 본격화하면서 홍보를 강화한 덕택이다.

○ 인재-네트워크 인프라 확보가 관건

의료관광산업이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면서 의료 전문 코디네이터를 희망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30일 끝낸 ‘제4기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양성과정’ 프로그램의 경우 접수 첫날 50명 정원을 채웠다. 러시아어, 몽골어, 아랍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12일부터 진행되는 ‘의료관광 특수외국어 아카데미’도 첫날 정원 65명을 채웠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의료 전문 코디네이터를 양성하는 전문적 프로그램이나 기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이런 기관은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대표적이다. 최근 사설학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대학은 나은 편이지만 사설학원의 경우 상당수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훈 한국의료관광전문가교육원 과장은 “다른 분야에서 교육사업을 하던 사설업체들이 의료관광이 뜬다고 하니까 의료관광 사업체로 전환해서 뛰어들고 있다”며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교육 과정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영호 팀장은 “이들 기관의 프로그램을 면밀히 분석해 우수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국제협력팀 윤동훈 과장은 “인재들을 의료기관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의료관광 업무를 책임질 직원을 뽑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박람회 같은 행사가 자주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간, 병원과 에이전시 간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여행사가 독자적으로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병원들과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외국인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