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병원 “호스텔 허용되면 의료관광 탄력”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객실 80개 갖춘 호스텔 신축” 등 큰 관심

마리나 씨(26·러시아)는 유방암 수술을 받으러 이달 중순 한국을 찾았다. 그는 경기 가평군에 있는 청심국제병원에 입원해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일단 퇴원해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입원해야 하는데 가평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었다. 병원 측은 수소문 끝에 러시아인이 하는 민박집을 찾아 소개해줬다. 마리나 씨는 “병원 근처에 쾌적한 숙소가 있었다면 좀 더 편히 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입·퇴원을 번갈아 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 근처에 머물 곳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상 의료법인이 숙박업을 할 수 없었지만 정부가 27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호스텔(병원호텔)’ 허용 방침을 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이 같은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다음 달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7월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호스텔이 허용된다고 당장 모든 병원이 뛰어들 것 같지는 않다. 성형외과, 피부과 같은 곳은 간단한 시술이 많아 숙박시설을 갖출 필요가 적다. 암이나 중증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서울의 대형병원도 마찬가지. 사실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의료법인이 아니라 특수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형태라 별다른 규제도 없었다.

호스텔 규제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법인은 의료관광을 추진해 온 수도권과 지방의 중급 병원. 수도권·지방의 중급 병원은 주변에 숙박시설을 쉽게 찾을 수 없다. 강흥림 청심국제병원 대외협력팀장은 “환자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 입원할 필요가 없는 데도 병원 말고 갈 곳이 없어 비싼 입원료를 내고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청심국제병원은 규제가 완화되는 대로 80개 객실을 갖춘 3성급 이상의 호스텔을 신축할 계획이다.

2007년부터 ‘굿모닝 헬스투어’라는 웰빙의료 상품을 개발해 의료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경북의 안동병원은 그동안 병원 1개 층을 임시 호스텔로 운영해 왔다.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요금을 받지 못했고, 학회 참석차 병원을 방문하는 의료관계자들로부터 실비를 받는 게스트 하우스 수준이었다. 강보영 안동병원 이사장은 “수익 사업으로 할 수 있다면 시설에 추가 투자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1일부터 의료관광이 합법화된 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해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호스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변칙적인 병원 숙박업 운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우진 전국의료관광협회 회장은 “병실비보다 숙박비가 더 비싸다면 병원들은 입원시키기 애매한 환자를 숙박으로 유도하려고 할 것”이라며 “병실과 숙박시설의 비율을 정하는 등 변칙 운영을 막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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