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당신… 찍혔어!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김대진 교수, 눈 깜빡이는 속도로 움직이는 사물인식 기술 개발
다양한 표정 DB 내장… “특정부위 아닌 얼굴전체 읽어 즉석처리”

《소개팅에 나온 내숭녀는 상대 남자가 마음에 든다.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른다.

그 순간 테이블에 놓여있던 카메라가 찰칵!

내숭녀의 환한 웃음에 카메라가 자동으로 반응해 셔터를 누른 것이다.

모 광고 장면처럼 요즘 카메라 앞에서 웃기만 하면 찍히는 ‘스마일샷’ 기능이 인기다.

앞으로는 순간적으로 짓는 웃음도 카메라가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샷 전문가인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김대진 교수는 28일 “눈 깜빡이는 속도인 150ms(밀리초·1000분의 1초)로 움직이는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휙 지나가는 얼굴도 구별한다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이나 얼굴에 문득 스치는 순간적인 표정도 구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카메라 제조업체인 삼성디지털이미징에 이전했다. 이 회사는 순간적인 웃음을 포착하는 스마일샷 기능을 담은 카메라를 내년 상반기쯤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스마일샷 카메라가 웃음을 인식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카메라가 화면 전체에서 얼굴을 찾고 얼굴 각 지점의 변화를 인식해 웃는 얼굴이라고 결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웃는 사진을 찍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표정이 굳어지기 마련이다.

연구팀은 얼굴에 있는 여러 곳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존 방식 대신 얼굴 전체를 그대로 읽어 표정을 인식하는 스마일샷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카메라에는 웃음, 화냄, 놀람 등 여러 표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들어 있다. 카메라가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 전체를 그대로 읽어 들인 뒤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면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져 순식간에 웃는 얼굴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연구 성과를 올해 말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멀티미디어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 표정으로 마음 읽는 기술이 원조

스마일샷은 표정 인식 기술에서 시작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폴 에크먼 명예교수는 1978년 세계 최초로 ‘얼굴 움직임 해독법’을 개발했다. 표정에 따라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 속마음을 살피려 한 것이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범죄자나 정신과 환자를 대상으로 표정을 통해 심리를 확인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이 스마일샷의 원조인 셈이다.

이후 다양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2007년 일본 소니가 디지털카메라에 웃는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때는 웃을 때 치아가 보이는 정도와 눈가의 주름 등을 확인해 웃음을 판단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찡그리거나 놀랄 때조차 웃음으로 판단하는 문제가 있었다.

웃음을 찍는 기술은 이후 얼굴의 변화를 좀 더 종합적으로 파악해 웃음을 구별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앞선 기술이 1세대라면 2세대 기술인 셈이다. 김 교수팀도 지난해 얼굴에 있는 27개 특징점의 움직임을 추적해 웃음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크게 웃지 않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정도의 미소도 인식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지난달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소니 역시 세계 각 인종의 웃는 사진을 분석해 얼굴이나 성별에 따라 좀 더 정확하게 웃음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 마음을 읽는 따뜻한 로봇 만들 것

스마일샷은 정면에서 벗어난 얼굴의 웃음은 인식하기 어렵다. 김 교수팀은 물구나무선 상태의 얼굴이나 옆으로 심하게 기운 얼굴까지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면 물구나무서서 웃거나 고개를 많이 기울여서 웃는 웃음도 찍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얼굴을 심하게 기울이면 얼굴의 위치 정보를 정면 기준에 맞춰 하나하나 보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위치 정보 대신 카메라 화면에서 색상 정보를 파악해 얼굴을 재구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뺨이나 이마, 콧등, 입술 등 색깔 차이가 나는 부분을 찾아내 얼굴이 아무리 기울어 있어도 정면으로 본 것과 똑같이 인식하는 것이다.

스마일샷 기능은 앞으로 사람의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정용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람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며, 그 사람이 웃는 표정이면 밝은 음악을 들려주고 화난 표정이면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는 등 ‘사람의 마음을 읽는 따뜻한 로봇’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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