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크기 초소형 원자로?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8분


작은 섬-오지 마을에 추진

필요 전력 싸게 자체 해결

제조업체가 많이 들어선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남부 지역은 때때로 전력 공급이 끊긴다. 인도네시아는 많은 섬으로 이뤄져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곳곳에 전달하기 어렵다. 각 섬이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는 너무 크고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적다.

이런 지역을 위해 원자력이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 좁은 땅에도 설치할 수 있는 중소형이나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면 섬이나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서 전력을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원자로 몸집 줄이기 우리나라가 앞서

현재 상용화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중소형 원자로는 올해로 개소 50주년을 맞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시스템일체형원자로(SMART)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긍구 중소형원자로기술개발부장은 “SMART의 핵심기술은 이미 확보했다”며 “표준 원자로를 설계해 기술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만 받으면 실제 제작과 기술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MART는 기존 원자력발전소 용지의 30% 면적만 있으면 건설할 수 있다. 기존 원자로의 증기발생기, 가압기, 펌프를 원자로 안에 넣어 크기를 대폭 줄였다. 건설비도 20%에 불과하다. 생산하는 전력은 기존 원자로의 10∼30% 수준인 330만 MW다. 인구 10만 명이 사는 도시에 공급하기 충분한 양이다.

단순히 규모만 줄인 것이 아니다. SMART는 바닷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를 맑은 물로 바꾸는 담수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김 박사는 “전기와 물이 부족한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리비아 같은 나라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전지처럼 사용하는 초소형 원자로

인구가 10만 명 미만인 마을은 중소형 원자로도 버겁다. 특히 바람과 일조량이 적은 오지는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일본 전자기기 회사인 도시바는 미국 알래스카 주의 작은 마을인 갈레나에 초소형 원자로인 ‘4S’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곳은 석유로 값비싼 가정용 전기를 만들고 있다.

4S 초소형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의 1% 정도인 10MW 정도의 전력만 생산하기 때문에 작은 섬이나 마을에 적합하다. 핵연료의 반응속도를 조절하는 복잡한 제어봉 대신 반사판을 달아 원자로 크기를 중형자동차 정도로 줄였다.

또 이 원자로는 지하 30m 깊이에 설치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연료를 다시 넣지 않아도 30년 동안 쓸 수 있다. 기존 원자로는 대개 18개월마다 연료를 다시 넣어야 한다.

미국 에너지회사 하이페리온도 25M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는 욕조 크기의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원자로는 전지처럼 연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마을의 인구가 증가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지면 원자로를 하나 더 연결해 해결한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조남진 교수는 “중소형, 초소형 원자로와 기존 대형 원자로가 지역의 특성에 맞게 각각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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