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폭군’ 주의보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국토부, 유해 해양생물 13종 지정

독성물질 열에 강해 푹 끓여도 파괴 안돼

해파리 독침도 치명적… 심하면 목숨 잃어

번식농도-출현여부 모니터링… 효과적인 제거방법은 못찾아

1987년 12월 캐나다 동부 프린스에드워드 섬. 크리스마스를 맞아 홍합스튜 요리를 먹은 150여 명이 배가 아프다며 위장장애를 호소했다. 그중 한 노인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기억상실 증상도 보였다고 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이런 증상을 일으킨 원인이 ‘도모이산’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슈도니츠시아’란 바다 미생물이 만들어낸 물질이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슈도니츠시아를 비롯한 13종의 바다 생물을 유해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 기억상실 일으키는 바다 미생물

도모이산은 열에 안정하기 때문에 물을 넣고 푹 끓이는 스튜 요리를 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사람 몸에 들어와 설사나 구토, 복통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방향감각을 잃게 한다.

뇌로 침입한 도모이산은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인 해마를 계속 자극한다. 이 때문에 다량의 도모이산에 중독되면 단기 기억상실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해마다 봄과 여름이면 경남 진해만에는 도모이산을 만들어내는 슈도니츠시아가 대량 번식한다. 이를 먹은 조개나 물고기의 몸에 도모이산이 쌓이고, 사람이 많이 섭취할 경우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지회 박사는 “지금까지 캐나다와 미국, 뉴질랜드, 영국, 스페인, 호주 등에서 도모이산이 검출됐다”며 “조개육 1g당 도모이산이 2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검출되면 그 조개류는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국내에선 도모이산 피해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바다 미생물 디노파이시스와 알렉산드륨도 각각 설사와 마비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생산한다. 이들 물질을 섭취해 경련이나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 노무라입깃해파리 쏘여 7명 사망

국토부는 노무라입깃해파리와 작은부레관해파리도 유해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해파리 촉수에 사람이나 물고기가 닿으면 순식간에 자포(독침)가 발사돼 독성물질이 주입된다. 해파리의 독성물질은 치명적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에 쏘여 지금까지 세계에서 7명이 사망했다.

경상대 수의대 김의경 교수팀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작은부레관해파리의 촉수에서 자포세포를 분리해 동결 건조한 뒤 단백질로 이뤄진 독성물질을 추출했다. 이 물질을 실험쥐의 복강에 여러 농도로 투여한 다음 쥐가 죽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쥐 몸무게 1kg당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소 22mg을 투여했을 때 5시간 만에 쥐가 죽었다. 작은부레관해파리의 독소 15∼16mg을 투여하자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개의 혈관에 노무라입깃해파리 독을 투여해 봤다. 그 결과 개 몸무게 1kg당 독소 3mg을 투여했을 때 순환기 장애가 오면서 개가 죽었다. 복강에 투여했을 때보다 더 빨리 온몸으로 독이 퍼진 것. 김 교수는 “비슷한 양의 독소가 사람 몸에 들어가면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파리 독소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독소가 혈액을 타고 퍼지면서 인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방법을 고안 중”이라고 밝혔다.

해파리에 쏘이면 상처 부위를 알코올이나 식초로 씻고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유해 해양생물 모니터링 중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은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번식 농도와 독성 해파리 출현 여부 등을 연중 모니터링해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www.nfrdi.re.kr)에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생물의 대량 번식을 막거나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등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바다 속 바위 표면이나 양식장 어망에 붙어 다른 바다생물의 터전을 뺏고 죽으면서 독성물질을 내뿜는 세방가시이끼벌레, 1년에 1만∼2만5000개의 알을 낳으며 하루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먹어치워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아므르불가사리 같은 유해 해양생물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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