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아이 ‘게임 치료’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게임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초등학교 2학년 임현종(9) 군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게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화면에는 해골이 왔다 갔다 한다. 옆에서 의사가 “더 집중하면 해골에서 캐릭터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임 군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곳은 자신의 집도 PC방도 아니다. 평소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임 군은 병원에서 게임을 하며 집중력 훈련을 받고 있다. 최근 게임을 하며 집중력을 높이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치료가 등장했다. 뉴로피드백 클리닉도 늘고 있다. 뉴로피드백은 무엇이고, 누구에게 적당한지 알아봤다. 》

뇌파 조절해 집중력 향상 ‘뉴로 피드백’은

○ 뇌파를 조절해 집중력 향상

뉴로피드백은 머리 속 뇌파를 조절해 문제를 해결하는 ‘뇌 훈련법’이다. 뇌파에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뇌파로는 알파파, 베타파, 세타파 등이 있다. 이들 뇌파가 활성화되면 특정 감정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하이베타파’가 활성화되면 긴장감, 불안감이 높아지고 ‘미드베타파’가 활성화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뉴로피드백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 뇌파를 변화시키는 훈련이다. 뇌를 반복적으로 훈련해 뇌 기능의 자기조절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정수리와 귓불에 각각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후 기본 뇌파를 측정한다. 이후 미로 찾기, 볼링, 화살로 물건 맞히기 등 PC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은 조이스틱이 아닌 뇌파에 의해 진행된다. 달리기 게임의 경우 무언가 집중하면 화면 속 캐릭터가 빨라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달리기가 느려져 게임에 지게 된다.

옆에서는 의사가 다른 모니터를 통해 게임 하는 사람의 각종 뇌파 수치를 파악하며 조언해준다. 게임 중 미드베타파가 낮아지면 ‘어떤 식으로 집중해라’, 긴장해 하이베타파가 높아지면 ‘가장 편안한 상황을 떠올려라’라고 보조하는 식이다. 이처럼 게임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뇌파가 변화되는 과정을 피드백을 받으면 스스로 집중이 잘되는 상태에 대한 감이 잡힌다.

더 집중해야만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기준치를 향상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집중이 습관화된다.

○ 20∼40회 해야 효과 볼 수 있어

전문가들은 “뉴로피드백을 하면 집중하는 시간, 몰입 시간이 빨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무조건 아이들이 집중력이 좋아져 공부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뉴로피드백은 기본적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아이가 △수업을 귀담아듣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책 읽기를 오래 하지 못하고 △과다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거나 말이 너무 많으면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의 5∼10%가 ADHD를 겪는다.

ADHD가 있는 경우 학습장애로 잠재적 지능보다 떨어지는 학업 성취를 보이기 쉽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보다 부작용이 적은 뉴로피드백이 좋다.

아이의 상태,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주 2, 3회씩 총 20회를 기본으로 한다. 40회까지도 한다. 한 번 할 때 30∼40분 걸린다. 5세 이상이면 뉴로피드백이 가능하고 보통 초등학생이 많이 한다.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가격(회당 4만∼5만 원)은 비싼 편이다.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이 뉴로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브레인 피트니스’라는 개념으로 체육관에서 근육운동하듯 뇌도 단련하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문제가 없는 아이에게는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집중력 문제 없이 공부하는 아이는 20∼40회 해야 효과를 보는 뉴로피드백을 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단순히 집중력만 높인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집중력 외에 창의력, 논리력, 수리력 등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얼마나 집중해 열심히 하느냐, 치료자가 능숙하게 보조를 잘해 주느냐도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뉴로피드백 후 두통을 겪거나, 편안하게 게임을 못하고 오히려 긴장해 밤에 잠을 못 자거나, 진행과정에 적응을 못해서 거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치료 전에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편두통, 틱 장애, 수면장애, 교통사고 후유장애, 우울증 등에도 뉴로피드백이 활용되고 있다.

(도움말=김병성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고영훈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과 교수, 배지수 마인드 메디의원장, 남정욱 한국뉴로피드백연구소장)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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