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하지 정맥류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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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하고 날씬한 다리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를 원한다는 노랫말도 있지 않은가.

‘평생 한 번이라도 미니스커트를 입어 봤으면 좋겠다’는 여성이 적지 않다.

다리가 굵거나 휘어서 각선미가 엉망이라고 툴툴거리는 여성도 있지만 다리 혈관이라면 면발처럼 구불구불하고 툭 튀어나와 있는 여성도 있다.

후자는 바로 ‘하지정맥류’란 혈관질환자다.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다리 혈액의 일부가 거꾸로 흐르면서 다리의 혈관이 늘어나서 생기는 병이다.

직업상 오래 서 있어야 하는 교사, 간호사, 비행기 승무원, 미용사 등에게 많은 질병이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다.

생활습관, 임신, 유전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26년간 미용사로 일한 조은숙(45) 씨는 직업 때문에 환자가 된 사례다.

조 씨는 8월 13일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인 센트럴흉부외과(www.koreavein.com)에서 시술을 받았다.

조 씨는 두 달이 지난 요즘 예전에 버렸던 짧은 치마를 다시 사느라 바쁘다.》

면발같은 혈관 폈다… 드디어 짧은 치마를 샀다

○ 직업적 자부심이 다리로 가는 시선 때문에 무너져

조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81년부터 미용 일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서 있으면 밤에 다리가 붓고 쑤셨지만 ‘그러려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1987년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왼쪽 다리 뒤쪽에 구불구불한 줄이 생겼어요.”

한 손님이 이렇게 말해 줘서 조 씨는 자신이 하지정맥류 환자라는 걸 알게 됐다.

무릎 선 아래 7cm가량 되는 곳에서부터 혈관이 늘어나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아래로 퍼져 갔다. 병의 진행에 따라 치마 길이도 덩달아 길어졌다.

아름다움을 가꿔 주는 전문 기술을 가졌다고 자부하던 조 씨지만 소파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의 시선이 자신의 다리로만 쏠리는 것 같아 열패감에 빠졌다. 단골들은 “고생해서 그렇다”고 위로하기도 했지만 그런 말조차 듣기 싫었다.

하지만 미용실 일이 바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생각은 못했다. 조 씨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압박스타킹을 사 신었다. 너무 심한 압박감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았다. 심해진 하지정맥류 때문에 날씨가 궂은 날에는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 “엄마, 이제 좀 편하게 사세요”

올해 3월 조 씨는 미용사 생활을 접었다. 일을 그만두면서 시간 여유가 생기자 조 씨는 병원에 찾아갈 마음이 생겼다. 어느 날 큰아들이 할인마트에서 광고전단지를 가져왔다.

“엄마, 이제 다리 예쁘게 고치고 편하게 사세요.”

그는 센트럴흉부외과를 찾았다. 혈관초음파 검사기계로 혈액이 역류하는 부위를 찾고 혈류의 양, 방향, 속도, 혈관의 손상 정도 등을 검사했다.

하지정맥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혈관이 그다지 많이 늘어나지 않은 초기에는 주사로 정맥 안에 혈관경화제를 넣어 혈관을 없애는 방법을 쓴다. 이 치료법은 시술이 간편하고 상처가 남지 않는다.

이 병원 김승진 원장은 “조 씨의 왼쪽 다리는 20년간 병이 진행됐기에 레이저치료법과 보행정맥절제술을 병행해야 했다”며 “오른쪽 다리도 하지정맥류 초기지만 일을 쉬고 있는 상태라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레이저치료는 정맥에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를 넣어 혈관 내벽에 레이저 광선을 직접 쪼이면서 정맥을 폐쇄하는 방법이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구불구불한 혈관이 많거나 미세혈관에도 증상이 퍼졌다면 이 치료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이럴 땐 1∼2mm가량 피부를 절개해 망가진 정맥을 제거해야 한다.

조 씨는 모두 150만 원을 들여 45분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일 허벅지까지 압박붕대를 감고 집에 왔는데 압박감 때문에 무척 고통스러웠다. 붕대를 푼 뒤에도 한동안 수술로 인한 출혈로 멍이 들어 있었고 약간씩 통증도 있었다. 하지만 수술 뒤 2달 정도 지난 지금 큰아들은 “엄마 다리 참 예뻐졌다”고 한다.

○ 평상시 관리법

조 씨는 미용실 일이 힘들어 평소 찜질방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찜질방은 ‘쥐약’이다. 피로할 때 찜질방에 가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늘어난 혈관이 더욱 늘어지게 된다.

서서 일하는 사람은 평상시에도 발목을 자주 아래위로 움직이거나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는 게 좋다. 사람이 걷거나 움직이면 장딴지 근육이 수축하고 이때 다리 쪽 피가 심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앉을 때는 다리를 꼬지 않는 게 좋다.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마사지를 자주 하는 것도 좋다. 근육이 수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 쉴 때나 잠을 잘 때는 피가 다리로 몰리지 않도록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자세가 효과적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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